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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5.4] MB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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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992회 작성일 2012-05-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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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촛불시위는 기이한 교훈이다. 이명박(MB)정권엔 악몽의 가르침이다. 4년 전 이 무렵, MB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갔다. 촛불 행렬은 ‘아침이슬’을 불렀다. MB는 홀로 앉아 노랫소리를 들었다. 그 장면은 MB 리더십의 좌절과 무기력을 상징한다.



 지난 3월 나는 그것을 물어보았다. 편협(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대통령과 신문·방송 편집·보도국장 토론회’에서다. 마무리에 주최 측인 내게 질문 차례가 왔다.



 -광우병 촛불시위 때 청와대 뒷산, ‘아침이슬’ 노래의 이미지가 대통령 지도력에 상처를 주지 않았는가.



 “… 그때 촛불시위에 나오던 정치인들 중에서 나하고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많이 먹었던 사람도 있었다. 그 자제분들도 지금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광우병이라는 잘못된 선동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MB의 답변은 흥미롭다. 그것은 촛불시위의 위선과 가식을 폭로한다. 광우병 드라마를 반전시킬 위력적인 소재다. 하지만 그때 MB 정권은 할 말도 못한 채 패주했다.



 광우병 소동은 정보 시장에서의 진위 공방이다. 과학과 상식은 패배했다. ‘미국산 쇠고기=미친 소=인간 광우병’이라는 괴담과 거짓이 압도했다. PD수첩의 정보 짜깁기는 교묘했다.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는 결집했다. 다수 국민은 집단 세뇌와 선동에 노출됐다.





 MB의 답변은 진실이다. 시위대는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외쳤다. 하지만 시위를 이끈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의 다수 간부는 미국에서 쇠고기를 먹었다. LA·뉴욕의 한인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갈비와 설렁탕을 즐겼다. MB는 조지 워싱턴대(1998년)에서 1년간 연수했다. 워싱턴 한인식당에서 야당 사람들도 만났다. 그들 모두 지금까지 광우병 없이 멀쩡하다.



 야당·좌파 시민단체 지도부 다수는 아들딸들을 미국에 유학 보냈다. 광우병이 걱정되면 귀국시키는 게 자식 사랑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자녀 귀국은 없었다. 그 간부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안전 경험과 인식을 은폐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을 내세웠다. 기막힌 자기기만이다. 그리고 민심을 공포와 불안으로 몰고 갔다. 그들의 목적은 반미(反美)였고 반정부였다.



 그때 국민 다수는 대통령의 말을 기대했다. 국민은 광우병의 진실을 MB의 언어로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회피하고 숨었다. 과학과 상식만으론 괴담을 퇴치하기 어렵다. 괴담의 급소는 위선과 가식의 폭로에 있다. MB는 미국산 스테이크를 함께 먹은 야당 시위 인사의 행태를 공개했어야 했다. 미국 유학 자녀들을 귀국시키지 않는 이중성을 국민에게 알려줬어야 했다.



 MB는 결정적인 반격 무기를 쓰지 못했다. 그리고 4년 뒤 언론 토론회에서 회고하듯 털어놓았다. MB의 자세는 어설픈 점잔 빼기일 수 있다. 야당·시민단체의 재반격이 두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용기에서 나온다. 대통령은 최고의 홍보 사령탑이다. 국정 관리는 언어 운용이다. 지도력은 말의 힘이다. 논쟁이 거셀수록 진실 게임에 나서야 한다.



 임기 말 MB의 리더십은 여전히 그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로 인한 피해는 서민들이 먼저 봤다. 이제 서민 다수는 미국산 쇠고기 유통의 안전을 믿는다. 하지만 가족이 외식할 때면 아직도 눈치가 보인다. 엉터리 정보에 노출된 자녀들의 거부감 때문이다. 비싼 한우 식당 대신 삼겹살·치킨집을 찾는다.



 미국에서 광우병 늙은 젖소(10년7개월짜리) 한 마리가 발견됐다. 광우병 촛불이 재등장했다. 하지만 유럽, 일본, 캐나다는 조용하다. 식품 위생에 엄격한 일류 국가들이다. 그들 나라는 평소대로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식당에서 판다. 미국에 조사단도 파견하지 않았다. 문제의 젖소는 비정형 광우병으로 전염성이 없다. 한국도 안전하다.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하게 돼 있다.



 2일 밤 청계천 광우병 촛불시위는 달라졌다. 인원이 크게 줄었다. 시위 현장에 가면 광우병 논쟁이 핵심에서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강정 기지, 4·11선거 부정 의혹, 방송 파업을 이슈로 내건 단체들이 나와 있다. 반(反)MB 종합 시위로 변질됐다. 다수 시민은 4년 전 시위 주도세력의 이중적 언행을 알고 있다. 그것은 촛불의 재생력을 떨어뜨린다.



 MB는 반전 기회를 얻었다. MB정권은 4년 전 촛불에 담긴 위선의 실체를 국민에게 확인해 줘야 한다. 그래야 선동과 왜곡으로 얽힌 집단 기억이 씻어진다. 사회적 분별과 절제력이 부활된다. 광우병 드라마를 진실의 힘으로 결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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