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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3.8] 검찰개혁 없이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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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758회 작성일 2012-03-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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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딱 이맘때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가 결실을 내놓았다. 1년여 긴 진통 끝에 나온 모처럼의 개혁안을 매몰차게 평가절하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거슬렸던 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되 수사 여부는 국회가 정하자는 대목이었다. 단박에 온갖 부적절한 처신으로 걸핏하면 검찰에 엮이는 정치권의 얄팍한 보신책으로 보였다. 그 때 쓴 사설 제목도 \'사법개혁은 정치권 좋자고 하는 게 아니다\'였다.



대검 중수부를 대체하는 특별수사청도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옥상옥 기구가 되리란 이유로 반대했다. 사실 검찰에 대한 실낱 같은 기대나마 아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속내가 있었다. 그럼 너무 암담하니까. 이후에도 \'제도보다는 사람의 문제\'라며 검찰의 자체 개혁을 줄곧 촉구해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일 드러나는 권력과의 기막힌 유착 행태를 보면서 이제 부질없는 미련을 깨끗이 접는다.



물론 선거 국면에서의 잇따른 권력형 비리 폭로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시점이 어떻든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보여지는 검찰의 모습은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회의케 한다. 단순히 제 역할을 못해 존재 가치를 의심받는 정도가 아니다. 비리 척결은커녕 되레 보호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 자체가 국가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해악 수준에 가있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 청와대 비서진까지 나서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중대한 법치 문란 행위지만 당사자들의 절박한 생존 몸부림으로 보아줄 여지는 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건 검찰이 먼저 증거인멸을 요구하고 압수수색 일정을 미리 알렸으며, 실제 압수수색도 사안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핵심 관련자의 진술이다. 아직 확인된 건 아니지만 개연성을 낮게 볼 얘기가 아니다. 사실이라면 수사가 아닌 범행 공모행위다.



돈봉투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장 최측근 계좌에서 수상한 거액이 발견됐어도 넘어가는 등 사건을 축소한 정황과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사법처리 과정에서도 심하게 공정성을 잃었다는 내부 비판도 무성하다. 애당초 전직 대통령을 김해서부터 소환하는 결기를 보였던 검찰이 국회의장에 대해선 방문조사로 깎듯이 배려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구속하는 등 거침없는 수사로 \'국민이 뽑아준 중수부장\' 칭호를 받았던 심재륜 전 고검장이 항명 파동으로 물러나면서 정치검찰을 질타했던 게 벌써 14년 전이다. \"검찰 수뇌부와 정치검사들이 시국ㆍ정치인 사건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처리해왔다\"던 그의 말은 당장 오늘이라도 그대로 자연스럽다. 정권의 이해에 따라 있는 죄도 대충 넘기고 없는 죄도 무리하게 엮는 행태는 달라진 게 하나 없다.



권위주의정권 이래 그 긴 세월 그렇게 간절한 국민적 요구에도 끄떡 않은 검찰에게 이제와 자기 혁신을 새삼 요구하는 건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나마 판사들은 여러 차례 집단적으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한 전력이 있으나 검찰은 이런 명분으로는 미동도 한 적이 없다. 아니, 몇 차례 집단행동이 있기는 했다. 전 정부에서 비검사 출신 후배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했을 때, 자의적 수사를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때 등 제 밥 그릇 건드리는 일에는 상하 모두가 분연히 팔을 걷어 붙였다.



더 이상 검찰 스스로에 기대할 게 없으니 답은 외부강제에 의한 검찰 권력의 대폭 축소와 분산, 인사 독립밖에는 없다. 이번엔 조정 정도가 아니라 수사ㆍ기소권의 분리를 포함한 역할과 위상의 근본적 재설정 차원에서 검찰 개혁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사회공동체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지키는 건 보수의 가치와도 부합하는 일인만큼 이 일에서만큼은 여야 입장이 다를 이유도 없다.



법질서 확립을 통한 사회정의의 수호가 국가가 검찰에 부여한 원래 사명이다. 이 정의 수호자를 죽여야 정의 실현이 가능해진 현실이 기막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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