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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2.9] 병사 월급 인상의 위험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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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871회 작성일 2012-02-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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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공사가 다 돼서인지 4대강 비판도 뜸해졌다. 다만 지금 생각해도 실소가 나오는 대목은 당시 비판 쪽에서 자주 쓰던 산법(算法)이다. \"그 예산이면 반값등록금을 비롯해 웬만한 복지현안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취학 전 무상교육 9조원, 반값등록금 6조, 고교무상교육 3조원 등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됐다.



4대강 예산 22조원은 5년간 총 공사비여서 한 해 4조~5조원 꼴이다. 더욱이 한 번에 쓰고 터는 돈이다. 반면 복지비용은 매년 드는 데다 한 번 정하면 늘리면 늘렸지 줄이거나 없앨 수 없는 비가역성 지출이다. 뻔한 계산인데도 한 해 비용만을 4대강 전체 개발비와 비교하는 꼼수가 난무했다.



그뿐인가. 한 해 역시 조 단위 비용이 드는 전국 무상급식에서 청년창업 지원, IT산업 지원 등 생각나는 모든 분야의 예산 투입이 4대강만 아니면 가능한 일이 됐다. 4대강 예산은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었다. 오해는 말기 바란다. 10년은 지나야 제 평가가 나올 4대강 사업에 새삼 찬반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선거철 들어 이런 기만적 셈법이 또 횡행하는 현실이 딱한 것이다.



다들 곳간 털기에만 매달리는 선거용 봇물공약 중에 유독 계속 걸리는 게 사병봉급 인상안이다. 매월 지급과 일시 지급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안 다 지금의 4배인 월 40만원 선이다. 민주통합당 쪽은 설명도 없거니와 그나마 새누리당이 언뜻 말한 재원 마련방안도 어김없는 꼼수의 반복이다. \"연간 추가부담 1조원은 신무기 도입비를 줄이면 된다\"는 것이다.



우선 45만 사병에 월평균 30만원 인상이면 추가부담은 1조 아닌 1조6,000억원이다. 33조원 국방예산의 대부분은 경상비다. 10조원도 채 안 되는 방위력 개선비에서 신무기 도입비는 또 일부다. 노무현 정부의 무기체계 개선계획을 이 정권 들어 대폭 축소한 탓에 전력공백 일부를 막판에 다급하게 메우는 데도 애를 먹고 있는 마당이다. 연 1조6,000억원은 쉽게 떼어낼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무기체계 개선을 희생하더라도 그래도 굳이 하겠다면 소요무기들의 비용 대비 도발억제, 응징효과 등을 면밀히 따져 우선순위를 정밀 재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또 큰 틀에서 작전개념과 각군 역할, 예산감당 수준에서 최적병력 수까지도 다시 짜야 한다. 국방예산 운영은 \'모자라면 어떻게 되겠지\'가 통하는 가계 운용과 다르다. 항목 하나하나가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에 직결된 사안이다. 이런 복잡한 고려 없이 함부로 다룰 대상이 아니다.



이 문제를 가볍게 다뤄선 안 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병역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단초가 될 개연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병급여는 최소한의 복무경비 보전 개념이다. 그러나 여야 인상안은 보상ㆍ대가의 개념을 깔고 있다. 심지어 진보통합당은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을 기준 삼겠다고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심 없이 받아들여온 희생과 헌신의 병역의무가 처음으로 대가를 요구하는 근로 개념으로 바뀌는 순간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고작 40만원이 무슨 대가냐고? 원래 희생ㆍ의무에는 대가나 보상이 전제되지 않는다. 현재 병사들이 외출, 일용품 구입 등에 쓰는 평균비용이 월급을 2만원쯤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충분한 비용보전은 마땅하나 그 이상은 명백히 대가가 된다. 그것도 아주 자존심 상하는 수준의. 그러므로 병역에 대가성 인식이 포함되면 당연히 근로조건과 질, 상응한 대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차제에 모병제 운운하는 이들도 있으나 북한 위협요인이 제거되는 날까지는 여러 여건상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병급여 인상은 현실상황과 가치문제가 의외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다. 이걸 표 몇 장 얻겠다고 툭툭 건드려대는 무책임과 아둔함에 기가 막힌다. 여야가 맞대응한 셈이니 서로 거두기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 정치한답시고 하는 짓들이 왜 매양 이 모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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