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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2.3] CEO 대통령은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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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45회 작성일 2012-02-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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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권력의 공연무대는 심란하다. 원로 공신들의 굴욕적 퇴장은 무대를 쇠락시킨다. 이 대통령의 요즘 발언이다. “국가 경영은 릴레이다. 400m 계주(繼走)에서 바통을 다음 주자에게 전달할 때처럼 더 속력을 내야 한다.” 임기 말 최선의 다짐은 당연하다.



 문제는 계주와 ‘바통’이다. 바통은 정권의 정체성과 실적을 담는다. MB는 바통을 다음 정권이 이어받을 줄 기대한다. 그것은 안이한 착각이다. 바통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적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CEO 출신이다. 경영진이 바뀌어도 이윤 목표는 승계된다.



 국가 권력 이동은 쟁취와 결별이다. 권력의 인수·인계는 바통의 주고받기가 아니다.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바통은 거부당한다. MB 정책은 해체와 배척에 내몰린다. 그 상황은 예고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 계획을 뒤집었다. 뉴타운은 MB의 정책 자존심이다.



 국정의 계주 방법은 있다. 임기 말 노무현식 대못 박기를 하는 거다. 하지만 옹색한 오기다. 한나라당의 재집권은 이어달리기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계주의 모델이다. 정권 재창출은 진보좌파 10년을 보장했다.





 MB 정권은 기이하거나 특별나다. 내부에선 정권 재창출의 집념이 드러나지 않는다. MB 정권은 제 앞가림도 벅차다. 정권 재창출과 공정선거의 관리는 분리할 수 있다. 그 문제의 절박성 부족은 CEO적 관점에서 비롯된다. MB는 대통령직 퇴진을 CEO에서의 퇴직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CEO적 접근은 MB정권의 성취와 좌절의 원천이다. MB의 역량은 한국을 금융위기에서 신속히 벗어나게 했다. 원전수주도 기업에서 닦은 기량이다. 그러나 그 성취는 진부해졌다. 국민적 감동을 확산시키지 못했다. 그와 연결된 극적 드라마를 내놓지 못해서다.



 국정은 예측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대통령은 모호성을 형상화하고 결단해야 한다. 국민은 그런 장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중의 감동은 리더십의 대담한 용기에서 폭발한다. 민심은 반전의 승부수에 열광한다. MB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광우병 촛불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그랬다. 침묵과 관망, 시간 끌기의 패턴은 반복됐다. 전면 승부는 CEO 체질로선 익숙하지 않다. 더구나 MB는 오너 기업인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권 말기 지지율은 급락했다. 반대 세력은 노무현을 경멸했다. 하지만 무시하지 못했다. 노무현의 승부사적 평판이 두려워서였다. 임기 말 MB는 조롱의 소재다. 나꼼수와 그 세력은 쫄지 않는다. MB는 약점이 잡혔다. 배짱과 결단력 빈곤의 이미지 때문이다.



 보수층 지지자들은 좌우 이념 판도의 재구축을 요구했다. MB는 소극적이었다. 이념과 역사관 논쟁은 CEO의 사고습관에선 낯설다. 보수층의 요구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이 대통령은 홍보에서 실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이다. 진실이 가공되고 사실은 조작된다. 대통령의 언어는 진위의 판정자로 가동한다. 그러나 MB는 말하지 않았다. 설득에 게을렀다. 그런 만성적인 회피는 괴담의 공간과 파괴력을 키웠다.



 이 대통령은 정치판으로의 편입을 꺼렸다. 정치 불신 때문만이 아니다. CEO적 계산이 깔려 있다. 정치 전개의 모호성에 투자하기 싫어했다. 이상득·이재오 의원에게 여의도 정치를 맡겼다. 그러나 위임된 정치는 야당의 공세에 취약하고 편협해진다.



그는 새 사람을 낯설어했다. 조직 안정의 CEO적 기억은 인사의 파격과 모험을 막는다. 권력 주변에 잘 아는 인물을 중용한다. 하지만 인사의 동종 교배는 치명적이다. 주변 부패에 온정적이고 권력의 인적 지평은 쪼그라든다.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설명이다. 서점에 가면 성공학 코너가 있다. 경영인 MB의 책도 과거 베스트 셀러였다. 안철수, 빌 게이츠의 저서들이 그곳을 차지했다. 책들의 콘텐트 조합과 성공학의 전개 방식은 유사하다. 하지만 CEO의 성취와 대통령의 성공은 다르다. 크루그먼은 국가 경영의 복잡 미묘함으로 그 차이를 분석한다.



 MB 정권의 좌절과 낭패엔 CEO 경험의 한계와 타성이 배어 있다. MB에겐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소신과 투지로 재무장해야 한다. 집권 4년의 공과를 분류해야 한다. 권력 부패와 실정은 반성,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여당이 자신을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MB는 진실의 전선도 재정비해야 한다. 정보 홍수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가려줘야 한다. 괴담의 진원지를 해부, 추적해야 한다. 그런 각오와 희생은 남은 1년의 추진력으로 작동한다. 당당함은 동정심과 효율을 생산한다. 그런 자세가 ‘MB 심판론’을 돌파하는 길이다. 그러지 않으면 좌절과 위축은 가속도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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