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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27] 미국 판사 본받을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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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117회 작성일 2012-01-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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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팍팍해지니 주식 투자 인구가 늘었는데 20대가 10만명, 60대 이상이 40만명 증가했다 한다. 없는 계층이 복권을 많이 사는 그야말로 수탈의 정글에 발을 들인 것이다. 이들은 밤에 맹수의 접근을 보지 못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월가에서 \"왜 미국은 증권범죄에 형량을 세게 때리냐\"고 물은즉 일반 범죄는 보이는 사람만 해치지만 증권범죄는 보이지 않는 킬러(killer)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미국은 증권범죄자를 집행유예가 아니라 확실하게 징역을 살게 한다.



지난번 금융위기 때 들통난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150년 징역형에 172억달러 몰수를 선고했다. CNK처럼 내부자 정보 악용사건에 걸린 라자라트남은 지난해 징역 11년형을 언도받았다. 1980년대 이반 보스키, 90년대 마이클 밀켄, 2000년대 엔론 회계부정 사건에서 \"증권범죄는 끝을 본다\"는 공식을 남겼다. 엔론 CEO 스킬링은 징역 24년4개월에 벌금 4500만달러를 언도받았다. 한국엔 스킬링보다 회계부정 규모가 훨씬 큰 기업인이 꽤 있으나 징역 2년을 넘기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미국은 중대 증권범죄자가 다시는 사기행각을 못하게 증시에서 영원히 추방해 버린다.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우리는 증권 투자에 나섰다가 홀랑 말아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아녀자, 실직자, 청년백수 등의 처연한 스토리에 가슴이 짠하다. 외교부 공무원들이 재미를 본 CNK는 하한가에도 안 팔린 매도잔량이 200만주가 넘는다는 기사가 연일 나온다. 이들 중 돈을 빌려 외상으로 투기(?)한 사람은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순식간에 잃을 것이다. 60ㆍ70대 노인이라면 눈을 감기 전에 다시는 만회할 수 없는 거금이며 그의 여생은 어둠 속으로 내팽개쳐질 것이다.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CNK 다이아몬드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간다면 대주주가 기획한 사기라고 결론지을지 모르겠다. 외교부 직원, 대통령의 형 특사는 주변을 현혹시키기 위한 보조장치고. 그런 것도 모르고 20대 대학생, 70대 노인이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뛰어들었다는 그 끝은 양들의 침묵이다.



이 사건은 판사들이 판결로 마무리할 것이다. 한국 판사들은 정치 트위터링은 나중에 하고 미국 판사들의 고뇌를 한번 새겨보기 바란다. 사법부는 증시를 사기꾼들 놀이터로 만든 데 대해 고해성사해야 한다.



장구한 세월 사육제를 너무 많이 벌인 한국 증시는 한번쯤 세례가 필요하다.



그들이 저지른 일을 기록은 알고 있다. 송병욱 금융감독원 선임조사역의 석사논문에 따르면 한국 판사들은 지난 10년간 증권범죄자 70.6%를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징역형 언도율이 높으면 뭣하겠는가, 징행유예라는 뒷구멍으로 다 빼주는데.



부당 이득을 봤으면 응당 1~3배 벌금으로 몰수해야 하건만 형량은 0.84배에 불과했다. 재수없이 걸려도 남는 장사를 사법부의 정의로 보장해준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부당 이득이 증가할수록 처벌비율은 한계적으로 감소했다.



사실 한국 형사법도 증권범죄를 엄단하겠다고 여러 차례 법을 고쳤다. 가령 범죄가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이 맞다. 그런데 실제 판결 내용? 대통령의 친구였던 C씨는 무려 1016회에 걸쳐 시세조종 행위를 하여 몰수 금액이 71억원으로 대법원이 확정하면서도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다. 모 재벌가 후손이 엮인 사건에서 항소심은 벌금 172억원, 징역 2년6월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집행유예로 역시 감방행을 면해줬다. 희대의 범인들을 판사들은 영어(囹圄)에서 해방시켰다. 그러니까 실정법을 얕보고 증권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이번 CNK 사건도 물렁한 판결이 부추긴 측면이 있다. 자본주의 꽃인 증시를 어지럽히는 데 일조한 사법부에 맹성을 촉구한다.



[김세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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