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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칼럼/12.15] 有終之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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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169회 작성일 2011-12-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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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지미(有終之美)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의미한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탕편(蕩篇)에 나오는 미불유초(靡不有初) 선극유종(鮮克有終)도 같은 의미다. ‘처음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을 얻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용두사미(龍頭蛇尾)나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은 유종지미에 대칭되는 말일 것이다. 시작은 요란했으나 끝이 형편없거나 욕심으로 명예를 더럽히는 경우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지만 살아가면서도 큰 고비 때마다 매듭을 잘 지어야 한다. 한경직 목사,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이 그러했고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 아들을 죽인 이를 양자로 삼은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도 삶의 끝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한 이들이다. 며칠 전 별세한 한국산업화의 1세대 영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유종지미를 잘 보여준 인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특히 공직 등 사회의 어떤 자리에서 물러날 때 중요하다. 유종지미를 거두지 않으면 그동안 쌓았던 노력들이 도로(徒勞)가 된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다. 최근 국회의원들 가운데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들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으로 ‘萬事兄通’의 신조어를 만들게 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정계에 입문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모범 의원으로 찬사를 받던 민주당 사무총장 정장선 의원도 정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법정스님은 그의 저서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장선·홍정욱 의원은 자신들이 물러날 때임을 알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도가 양양한 그들에게 불출마는 큰 용기임에 틀림없다. 반면 이상득 의원의 퇴진은 마지못함이 역력하다. 물러나는 뒷모습이 썩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때를 놓친 마무리는 아름다울 수가 없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떠날 때 떠나는 것이다.



공직은 나가기도 어렵지만 물러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총리나 장관, 국회의원 자리에 올랐어도 때가 됐다고 생각하면 미련 없이 선선히 물러나야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공수신퇴(功遂身退: 공을 세우면 물러나고), 생이불유(生而不有:살아가되 없는 듯이 하라)라고 했다. 마무리를 하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유종지미가 된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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