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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관 칼럼11. 11. ] 때를 가려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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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969회 작성일 2011-11-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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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선생의 수필 ‘딸깍발이’는 옛 선비들의 자세를 보여준다. 돈벌이에는 손방이어서 궁상이 다닥다닥 달려 있지만 기개만은 목이 부러져도 굴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라에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죽음도 개의치 않고 덤비는 의기를 보였다고 했다. 선비나 벼슬아치들의 자세를 비교할 때 지당대신과 도끼상소는 극과 극이다. 무슨 일이든 ‘지당하옵니다’로 곡학아세하는 지당대신은 호의호식하지만 대신 세인들의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내 말이 틀리면 목을 치라며 직언하는 선비의 길은 험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름을 오래 기억했다.


선비의 고장답게 영남의 어른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말을 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살다 보면 바른말이 능사가 아닌 예가 많다. 목에만 칼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말 한마디에 인생이 헝클어지기도 한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현대사회에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말을 해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지혜는 때와 장소를 가려 말을 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2차대전의 주역인 독일과 일본을 비교할 때 세상 사람들은 전후 독일의 자세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전쟁과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자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의 지식인 사회는 ‘독일인은 단지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고 여긴다. 학살의 책임과 잘못을 인정한다는 자세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서 대선에서 박근혜 의원이 꼭 이겨야 한다”며 “박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사람인지 아닌지가 공천 기준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미래와 희망에 앞장서 온 이 의원의 말은 지당하다. 그러나 지지와 반대가 극명하게 갈리고 대구경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한 상황에서 이 의원의 말은 해야 할 때가 아니다. 대구경북의 정치적 득세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주고 지역의 미래에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희승 선생은 딸깍발이 말미에 이렇게 썼다. ‘현대인은 너무 약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대계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 코앞의 일에만 아름아름하는 고식지계에 현명하다.’



매일신문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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