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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11.1] 한나라당의 게으름과 비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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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636회 작성일 2011-11-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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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주필




작년 3월. 막 취임한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당 소속 의원과 당료 700여 명에게 일제히 스마트폰을 나눠주면서 당의 스마트화(化)를 선포했다. 스마트폰 시연회도 열었다. 그러나 700개의 스마트폰이 한나라당을 스마트화한 흔적은 안 보였다.



머리로는 알지만 行하지 않는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백서 ‘새 출발을 위한 솔직한 고백’을 냈다.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졌다. 성장 소외계층의 반발이 컸고, 20∼40대가 외면했으며, 공천 잡음도 표를 깎아먹었다.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서민경제 회복에 주력하며, 20∼30대 젊은 세대를 영입하는 등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안상수 신임 당 대표는 “당에 디지털본부를 만들어 취약한 디지털 대책을 강화하고 2030본부를 만들어 젊은층과 토론하면서 가까워지겠다. 2030세대와 소통하지 않고는 당이 존재할 수 없다. 젊은 세대를 파고들기 위한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1년 4, 5개월이 흐른 지금. 여야 일대일 구도로 치러진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53.5 대 46.2로 패한 뒤 홍준표 당 대표는 “쇄신을 통해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디지털 노마드 정당으로 거듭 나겠다”고 말한다. “20∼40대와의 소통이 절실하다”는 소리는 한나라당 내의 이구동성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5월부터 100여 일 사이 전국 27개 지역을 돌며 30회에 걸쳐 ‘청춘콘서트’라는 정치성 집회를 열고 청년 4만5000여 명과 숨결, 웃음, 탄식, 분노를 나눌 때 한나라당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던가. 작년 지방선거 후에 만들었던 한나라당 2030본부는 무얼 했던가.



안 교수가 당장 청와대의 주인이 된다 해도 2040세대의 찢어진 날개를 쉽게 고쳐줘 훨훨 날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운전을 하지 않아서 무사고 운전사인 것과 흡사한 상태다. 그가 청춘콘서트에서 젊은이들과 교감하면서 비판했던 국가사회 현실을 실제로 다 바꾸려 든다면 나라 살림이 거덜 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5070세대보다 40년, 50년은 더 살아야 할 2040세대야말로 최대의 피해자 집단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2040들은 안 교수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걸 태세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안 교수만큼 자신들에게 따뜻하지 않았고, 민주당까지도 그들만의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지지율 87%를 기록하며 퇴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은 며칠 전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는 어머니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갈파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젊은이들이 바라는 건 권력도 아니고, 좌우파 정치도 아니다. 그들은 희망과 자존심, 일자리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룰라는 ‘어머니가 자식들 가운데 가장 약한 아이에게 신경을 더 쓰듯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말했다.



정권을 왜 재창출해야 하는가



박근혜 전 대표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서 싸늘한 민심을 확인했을 것이다. 정치경제에 매우 밝은 한 지인은 “현 상태대로 두면 박 대표는 기득권층과 기성세대를 대표한다는 이미지에 갇혀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신비주의 전략을 쓴다고 말해왔는데, 젊은이들에게 박 대표는 신비의 대상이 아니라 ‘통하지 않는 구세대’로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지인은 통합야권 정권이 들어설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정일의 페이스에 놀아나는 종북(從北)정권이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정권보다는 분명히 급진적인 정책을 펼 것이다. 부자와 대기업에 훨씬 무거운 세금을 매길 것이다. 위에서 빼앗아 밑으로 흘리는 분배와 복지는 단기적으론 약자(弱者)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를 비롯해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들은 이미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하고 있다. 부자들이 국내에서 돈 쓰기를 꺼리고, 대기업들이 내수를 키울 수 있는 투자를 기피하면 경제는 당연히 더 위축된다. 그 결과는 국가사회 전체의 활력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이것이 2040세대의 희망이 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이런 거시적 우려에 동의한다면 자신들이 왜 정권을 이어가야 하는지 스스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사람들에게는 정권 재창출 노력이 부족하다. 문제가 뭔지 저마다 아는 체하지만 돌아서면 나 몰라라 한다. 불이 났으면 몸을 던져서라도 꺼야 할 텐데 “물이 필요하다!”고 고함만 지르는 식이다. 거머리에게 물려 피를 흘리더라도 논에 뛰어들어 모내기를 해야 할 사람들이 양복 깃 세우고 자기 때깔만 내려 하면 밉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게으름과 비겁한 도피, 이것이 곧 무능이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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