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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0.20] 한국의 상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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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079회 작성일 2011-10-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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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신(神)으로 군림했던 앨런 그린스펀이 자서전 ’델포이의 신탁’편에서 \"세상이 이렇게 불평등한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다\"고 예언처럼 써놨다. 당시 세계 1위 소득자는 대략 3조원을 번 짐 사이먼이었다. 그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라는 헤지펀드의 운용자였다. 전 세계 70억인구 중 40억명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입에 풀칠하는데 한 명 소득이 3조원이라니. 신은 인간의 오만(hubris)이 극에 달할 때 번갯불로 내리친다. 2011년 가을 뉴욕 월가에 번갯불이 떨어졌다.



금융인들의 탐욕을 목격한 실업 청년들이 \"이건 공평하지 못해\"라며 폭발한 것이다. 불똥은 태평양을 건너 시드니 홍콩 타이베이를 거쳐 서울에도 튀고 있다.



사실 여의도 금융가는 최고 연봉이 30억원 정도일 것이니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독식하는 월가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포천 500대 기업 CEO들은 대졸 초임의 360배쯤 받지만 한국은 잘해야 15배 정도다.



그런데도 시위대에 전 세계 400개 도시가 동참한 것은 양극화 격차가 너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의’의 심판관이 된 마이클 샌들은 \"시장(market) 만능주의가 윤리, 도덕의 영역에까지 침범해 인간이 돈으로 사지 말아야 할 것까지 거래를 하고 말았다\"고 세계지식포럼에서 해설했다. 인간은 분명 그 무언가를 범(犯)한 것이다.



그런데 시위대는 왜 하필 1%와 99%로 갈랐을까. 대공황 때 은행에서 돈을 훔치다 붙잡힌 범인 셔튼은 \"거기 돈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바로 그거다. 1%쪽에 자꾸 눈길이 가니까. 사이먼 같은 인간들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탐욕적으로 쓸어 담는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상위 1%가 총소득의 18%를 가져간다. 영국은 14.9%를 차지한다. 그런데 30년 전과 비교하면 극소수가 챙기는 몫이 대개 3~4배나 늘었고 그 사이 세율은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뉴욕에선 성난 시위대가 머독을 비롯한 부호들이 사는 동네에 들이닥쳤다. 서방에선 부유세 논쟁이 요란하다.



부유세를 자르는 연간 소득 눈금은 미국 12억원, 영국 2억5000만원, 프랑스 8억원, 이탈리아 5억원쯤이다. 세율은 현행 최고세에 3%의 특별부가세를 붙이는 방식이며, 최고세율로는 영국이 50%로 지상에서 가장 높다.



한국은 아직까지 1%를 겨누는 다소 과격한 언동이나 부유세 주장 같은 게 없는 것은 다행이다. 월가의 추세에 맞춰 금융탐욕을 지적하는 정도인데 뉴욕, 런던에 비해선 약한 편이다. 그러나 은행 등이 국민세금 170조원가량을 투입할 정도로 구멍을 내고도 가장 고임금을 받는 것은 염치 없는 짓이다.



나는 그보다 큰 죄(?)는 다른 산업들이 한국을 세계에서 자랑스럽게 하는 동안 아무것도 해놓지 못한 점을 꼽고 싶다. 여의도 금융인들은 반성할 게 많다.



한편 한국 상위 1% 몫이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세금 부담은 얼마나 하는지 궁금해 자료를 통계청 국세청 등으로 백방으로 문의해 봤으나 한국은 그런 자료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 그것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다. 만약 유럽과 미국 등을 휩쓰는 사회적 압력이 들어왔을 때 대통령도 어떤 정책을 펼지 전혀 준비가 안 됐다.



한국은 재벌이라는 특유의 구조 때문에 상위 0.1% 부의 편중이 세계에서 가장 심할지 모른다. 최상위계층은 국가를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 책임이 있다. 지금 99대1% 대결이 오래가면 한국사회는 급속히 좌경화된다. 1%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



[김세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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