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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칼럼/10.17] ‘대한민국에서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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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618회 작성일 2011-10-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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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서쪽 끝에 위치한 할레 코아 호텔에서는 매일 저녁 하와이를 찾은 미 예비역 군인 가족들이 민속공연을 보며 만찬을 갖는다. 이 호텔은 현역 및 예비역 군인 가족들을 위한 군인 호텔이다. 공연 끝 무렵 사회자가 역대 참전용사들을 불러 세운다. 참석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아프간·이라크전에 참가했던 용사들에게 모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참석자 모두는 전사한 군인들을 생각하며 추모 노래를 부른다.



미군 태평양사령부(PACOM) 내에는 3성 장군이 책임자로 있는 미국 포로 및 실종자 확인 연합사령부(JPAC)가 있다. 420여명의 군인과 민간 전문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종 상태에 있는 8만여명 군인들의 유해를 찾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유해가 하와이에 도착하면 JPAC는 각 군에서 파견된 선임 장교와 의장대, 참전용사, 지역 유지, 현역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귀환식을 갖는다. 안내를 맡은 책임 장교는 현장을 찾은 필자가 JPAC 임무 종료 시기를 묻자 “국민이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라고 답했다.



지난 3월 15일 오후 2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마지막 생존용사 프랭크 버클스 안장식에서 머리를 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110세의 삶을 마친 버클스씨 안장식 소식을 통보받고 급히 일정을 바꿔 달려온 것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0월 새벽 4시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아프간 미군 전사자 유해 18구를 맞으며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정중히 예우를 다했다.



보훈처가 6·25 전사자 김모씨 여동생이 지난해 12월 신청한 보상금으로 5000원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다른 2명의 전사자 가족에게도 같은 금액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 돈은 자장면 한 그릇, 커피 두 잔 값이다. 보훈처는 김씨가 처음 보상금 신청을 했을 때 “보상금 청구 기간이 지났다”며 유족 인정은커녕 보상금 지급 자체를 거부했고, 국방부는 “보상금 지급에 관한 사항은 보훈처가 맡게 돼 있다”고 떠넘겼다.



조국을 지키다 사망한 전사자 목숨이 자장면 한 그릇 값인 대한민국에서 젊은이들에게 애국을 가르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방부와 보훈처는 ‘대한민국=5000원’으로 평가했다. 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시점에서 ‘애국’이 무엇인지 한번 묻고 싶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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