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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6월3일] 경제팀이 욕먹고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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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928회 작성일 2011-06-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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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권 부동산 대출은 저축은행보다 몇 배 많고

대출 끼고 집 샀다 빚더미 오른 \'하우스 푸어\'도 500만 넘어

경제의 \'썩은 부분\' 도려내는 파격적 수술 단행해야



저축은행 사태가 장기화할 모양이다.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 후 어느덧 5개월째다. 하반기에 부실 저축은행들을 추가로 정리하겠다니 언제 마무리될지 종잡을 수 없다.



신임 경제팀장 박재완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첫날 \"복지(福祉) 포퓰리즘과 싸우는 스파르타 전사(戰士)가 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보였지만, 그보다는 거시경제의 큰 흐름부터 챙겨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의 파장이 의외로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저축은행 몇 곳 사라진다고 망가질 한국 경제는 아니다. 건설회사 몇 개 부도났다고 경기침체에 빠질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경기 사이클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은행에 돈은 넘치는데 돈이 돌지 않는다고 야단이고, 저축은행에서 예금 인출은 멈추지 않는다. 경기지수는 벌써 석 달 연속 하락했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부터 경기 추세가 꺾였다. 복지 공세에 맞서 싸우다 죽겠다는 결사 항전의 의지는 우선 경기 하강을 막는 데 발휘해야 한다.



새 경제팀에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 파격 대책이다. 먼저 경제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수술 방안이 나와야 한다. 부실 저축은행 정리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부동산 시장 전체를 봐야 하고, 금융 산업을 통째로 들여다봐야 한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사업(PF)에 내준 돈은 12조200억원(작년 말 기준)밖에 안 된다. 은행들은 그보다 3배 많은 38조7000억원을 대출했고, 다른 금융회사까지 합하면 66조원이다. 저축은행 8군데 영업정지로 우리들이 맛보는 경기의 불쾌지수가 지금 이만한 수준이다. 증권·보험·은행권 부동산 대출까지 부실화되면 불황의 늪에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 저축은행에서 타오른 산불을 구경하던 몇 달 새 그 불티가 증권가와 은행권으로 튀어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800조~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한국 경제의 곪아가는 부위다. 대출을 끼워서 집을 샀다가 빚더미에 눌려 다른 지출을 줄였다는 \'하우스 푸어\'가 대충 156만9000가구다. 인구 숫자로는 549만명이다.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회사와 외국 언론이 남의 나라 가계빚을 대신 걱정해주는 것도 부담스럽다.



경제의 썩은 살점을 도려내지 않고 연말까지 가면 그 면적이 두 배, 세 배로 확장하고 내년에는 그보다 몇 배로 커질 것이다. 작년에 저축은행 부실 처리를 미뤘던 것이 지금처럼 일을 키우지 않았는가. 경제팀은 저축은행 부실만 보지 말고 공략 범위에 증권·은행권까지 넣어야 하고 가계(家計)의 부실을 함께 수술해야 한다.



어차피 저축은행 부실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단계로 가고 있다. 청소 비용은 몇조원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이참에 20조~30조원의 공적자금을 넉넉하게 조성해 빚더미에 끙끙대는 \'하우스 푸어\'들까지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정권들마다 농어민들의 부채를 탕감해주었다. 아무 쓸모없는 빚 탕감이었다고 했지만 사회적 동요를 막았다. 이제 은행 빚 때문에 자살하는 도시민이 늘고 있다. 549만명에 달하는 \'하우스 푸어\' 중에서 진짜 쪼들리는 가구를 골라 빚 부담을 덜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을 대형 은행과 자동차 회사에만 주지는 않았다. 수백만 중산층 가구의 대출금 상환 부담을 낮춰주는 조치를 그보다 먼저 취했다.



그렇게 하면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쓴다고 경제팀이 욕을 먹을 것이다. 국민들 버릇을 잘못 들이면 도덕 감각이 마비된다며 반대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큰 충격을 막으려면 과감한 조치를 앞질러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기가 터진 후에 수습하려면 비용은 몇 배 더 들어간다.



경제팀은 서민들이 희망을 가질 대책도 내놔야 한다. 한국 경제는 양극화 문제에 결단을 내려야 할 국면에 도달했다. 정규직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면서 비정규직들이 만족할 대책을 만들 수 없음을 모두가 실감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예산을 쓸 만큼 다 쓰면서 세금 부담을 경감해줄 수도 없다. 재벌의 사업확장을 무한정 인정해주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쑥쑥 커가기를 바랄 수도 없다.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다른 쪽은 갈수록 더 궁핍해지는 구조가 굳어졌다. 인내는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다. 정부가 욕을 먹더라도 법을 만들어 양극단(兩極端) 집단 간의 불균형을 강제로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다가섰다.



정권 말기다. 경제팀은 정치권의 복지 남발에 맞서며 욕먹을 각오인 듯하지만, 훗날 더 큰 욕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 작은 욕을 들으며 경제부터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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