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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탐사/10.12] “정치,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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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072회 작성일 2011-10-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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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대기자




“정치, 하지 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그 비극적 자살 두 달 전 인터넷에 직접 올렸다. 박원순은 출마 선언 뒤 노무현 묘소를 찾았다. 참배 장면은 그 말을 기억하게 한다.



 노무현은 그 이유를 이렇게 썼다. “이웃과 공동체, 역사를 위하여 가치 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가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것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글은 회한과 상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경륜과 경고를 표출한다. 정치 허무주의를 드러내지만 자극으로 다가간다. 시민운동가 박원순은 정치에 뛰어들었다. “희망과 변화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고 다짐한다.



 박원순은 노무현의 말을 기억할까. 상관없다. 박원순은 낡은 정치의 퇴출을 외친다. 노무현이 언급한 ‘정치’도 낡은 정치일 것이다. 박원순은 시민정치를 내세웠다. 노무현 바람도 새 정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과시했다. 지금보다 거침없었다. 그 갈망은 극적인 성취를 이뤘다. 하지만 좌절했다.



 노무현은 그 글에서 “정치인은 사생활이 없다. 저격수(狙擊手)는 항상 준비돼 있다. 공인으로서 검증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사자로서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검증은 정치 지평으로 가는 관문이다. 2000년 총선 때 박원순은 ‘낙선·낙천 운동’을 이끌었다. 총선연대는 출마자의 병역특혜 의혹을 추적했다. 상대방은 “비방과 음해”라고 반발했다. 박원순은 집요한 저격수였다.



 


10·26 서울시장 선거는 공수(攻守)를 바꿨다. 무소속 후보 박원순은 병역 특혜 논란을 받고 있다. “행방불명된 친척에게 입양돼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병역 논란은 민감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저격수는 준비됐다. 경실련 창설자 서경석 목사다. 경실련은 박원순의 참여연대에 앞서 만들어졌다. 서경석은 “박원순 후보는 대기업을 비판하는 대가로 그들의 기부를 싹쓸이했다. 그는 정의의 화신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박원순의 학력 논란도 간단치 않다. 그의 책에 소개한 ‘서울대 법대 1년 재학’이 엉터리라는 의혹이다. 학력 부풀리기와 논문 표절 논란은 폭발성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낙마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단골 폭로 소재다. 대중의 기대감에 치명상을 준다. 노무현이 지적한 검증의 당연함은 정치의 험로(險路)를 의미한다.



 서울시장은 예산 21조원을 다룬다. 시장의 리더십은 공무원 관리능력이다. 서울시 공무원은 노련하다. 시장은 관료주의의 늪에서 허덕인다. 시정의 성패는 공무원 다루기다. 정책 비전과 의욕만으론 어림없다. 그렇지 못하면 결과는 “보잘것없을 것이다”. 그것은 박원순, 나경원 모두에게 적용된다.



 박원순의 존재감은 거리정치의 위력이다. 좌파 시민단체는 이명박(MB) 정권의 취약점을 간파했다. 정책 일관성 부재, 어설픈 역사의식, 이념 없는 실용주의의 무기력, 소통 전략의 허점을 알아챘다. 좌파 단체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질’을 외면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노무현의 작품이다. 좌파 시민단체는 그 성과를 교묘하게 헝클었다. 그 이슈를 ‘MB 반대’ 소재로 변형해 재점화했다.



 민주당은 시민단체에 끌려갔다. 지도부는 좌파 단체의 구호를 따라 했다. 편승과 반사이익에 골몰했다. 민주당은 시민단체와 구별하기 힘들어졌다. 차별성을 잃었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허물어졌다.



 거리정치의 활개는 MB와 한나라당의 무능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는 갈등과 대립 속에 타협과 양보를 이뤄낸다. 정치의 기능은 대중의 열망을 정책으로 생산한다. 시민의 정치적 갈증과 분노를 해소시킨다. 하지만 MB는 갈등을 낭비로만 파악했다. 정당의 이념과 가치에 대한 MB의 무관심은 지지 세력의 이탈로 이어졌다.



 여야는 공동운명체다. MB는 손학규, 정세균과의 만남을 시원찮게 여겼다. 야당 대표와의 회담 소홀로 정치의 몰골은 초라해졌다. 반면에 안철수 현상의 토양은 다져졌다. 박원순의 전격적인 정치진입은 가능했다.



 소용돌이 한복판에 정치가 있다. 민주당은 재편의 거친 바람에 내몰렸다. 바람의 강도는 박원순의 정치 운명에 좌우된다. 운명의 시작은 검증과 해명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의 재구성도 불가피하다. MB 정권의 레임덕은 가속도가 붙었다.



 전환기의 주도권은 민심 장악에 달렸다. 민심에 충실하고 변화를 이끌어야 주도권을 잡는다. 젊은 세대의 고뇌와 불안을 풀어줘야 한다. 그들은 스펙 쌓기와 높은 등록금에 지쳐 있다. 미국 월가 시위의 분노가 한국에 전이(轉移)될 것이다. 세상은 진정한 게임 체인지를 기다린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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