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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칼럼/10.6] 백수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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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44회 작성일 2011-10-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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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된 청년실업자들의 분노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2007년 미국경제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막대한 공적자금을 수혈 받은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매년 엄청난 연봉과 보너스를 받아 챙기는 데 분노한 것이다. 당시 미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은 약 7000억 달러(835조원), 이때 골드만삭스도 공적자금 100억 달러를 받았다. 그런 회사가 2009년에 직원 1명당 59만 달러(약 7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로 시작된 미 청년들의 외침에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뉴욕 월가에 대한 분노가 깊게 배어 있다. 현재 미국 청년실업률은 12.1%다. 미 전체 실업률 9.1%보다 높다. 아이비리그 졸업생도 시간당 2600원을 받으며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 됐다. 다트머스 대학의 금년도 입학생이 내야 하는 비용은 6만7500달러(7400만원)다. 학자금 보조를 최대로 받는다 해도 약 1000만원은 부담해야 한다. 보스턴글로브는 2011년 미국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부채가 약 4000만원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규모는 168조원이다.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수혈을 받았다. 현재까지 공적자금 회수율은 4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장들이 받는 연봉은 6억8100만∼20억2500만원 수준. 여기에 더해지는 성과급은 연봉 액수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88만원 세대들이 100∼200곳의 기업에 이력서를 내도 받아주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돈 잔치’가 조금 과한 것 같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7월 현재 7.6%다. 독일(10.1%) 미국(12.1%) 영국(20.3%) 프랑스(25.1%) 스페인(44.5%)보다는 그래도 양호하다. 그럼에도 약 100만명의 우리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회색빛 삶을 살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스스로를 ‘졸업예정자’라기보다 ‘실업예정자’ ‘졸업 백수’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한다.



“먹는 것은 욕이고 뱉는 것은 뻥이다. 남는 것은 시간이요. 모자라는 것은 돈이고 느는 것은 술이고 준 것은 체력.” 인터넷에 떠도는 ‘백수의 연가’의 일부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새롭게 드러나는 금융권 모럴 해저드를 보면서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청년들의 데모가 국내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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