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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칼럼/9.28] 과학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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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463회 작성일 2011-09-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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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기의 사전적 의미는 ‘산 따위가 불쑥 일어섬’이다. 쑥쑥 솟을 굴에 일어날 기(起)자다. 기울어져 가는 집안에 훌륭한 인물이 남을 비유해서도 쓴다. 굴기지사란 퇴락해 가는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선비를 말한다. 굴기를 위해서는 수모와 굴욕을 참는 용기와 인내, 노력이 필요하다.



굴기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003년부터 추진한 중국 외교 전략이다. 현대 중국의 암흑기인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은 중국 외교전략을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로 세웠다. 은인자중하던 중국이 장쩌민 주석을 거쳐 후진타오 주석 시대에 ‘굴기’를 한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2011년 신년사에서 중국이 실천해야 할 3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주제(主題)로 과학발전을 제시했고, 주선(主線), 즉 사업을 조직하고 집행할 때 기본적으로 끌고 나가야 할 주된 측면으로 경제방식의 전환을 이야기했으며 마지막으로 사회전반의 형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의 전형(轉型)으로 중국 고유브랜드를 창조할 것을 외쳤다.



중국이 오늘 밤 첫 번째 우주정거장(소형 우주실험실) 톈궁(天宮) 1호를 발사한다. 중국 건국 기념일인 10월 1일을 앞두고 세계에 자긍심을 드러내기 위해 계획한 야심 찬 프로젝트다. 덩샤오핑 이래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과학 중시 정책이 중국의 ‘우주굴기’를 만들어 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이공계 석·박사 인력은 94만명에 이르고, 연구개발(R&D) 인력은 2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후진타오, 원자바오 등 국가 최고 지도자들은 때때로 과학계 원로들을 직접 찾아 깍듯이 예를 갖춰 문안을 한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5일에도 ‘국가 최고 과학기술상’을 수상한 기상학자 예두정(葉篤正), 재료공학자 스창쉬(師昌緖) 등 과학계 원로들을 병원과 자택으로 찾아 문안하고 중국 과학발전을 위한 고견을 들었다.



우리에게도 굴기의 준비시기가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1960년대 세계적 과학자들을 대학교수의 3배 월급을 주고 영입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만들었다. 그 후 과학은 정치지도자들에게 잊혀진 분야가 되었다. 과학이 정치논리에 이끌리고 정치지도자가 과학을 외면하는 한 한국의 ‘과학굴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실패를 거듭하는 나로호와 새 우주 역사를 쓰는 중국 톈궁 1호가 대비된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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