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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칼럼/7.6] 누가 타이의 포퓰리즘을 비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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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209회 작성일 2011-07-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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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칼럼] 누가 타이의 포퓰리즘을 비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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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선 편집인

지난 3일 실시된 타이 총선 결과를 두고 우리 언론은 한결같이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썼습니다.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후광을 업고 압승을 거둬 정치 입문 두 달 만에 새로운 총리로 등극하게 된 잉락 친나왓이 내건 공약을 보면 그런 말도 나올 만합니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최저임금은 40%나 올리며, 전국 7만여 마을에 각각 7000만원 정도를 나눠주고, 80만명의 신입생들에게 태블릿 피시를 무료로 주겠다는 등, 그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치 정부 예산을 다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라고 합니다. 새 정권의 가장 큰 적은 지난 5년 동안 탁신 관련 정당의 집권을 막아온 군부가 아니라 바로 이 선심성 공약이 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프어타이당을 선택한 타이 서민에겐 잉락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습니다. 2001년 집권한 탁신 전 총리가 당시 턱없는 포퓰리즘이라고 매도됐던 공약을 실천으로 옮겨 서민의 삶을 크게 개선해주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탁신 전 총리는 30밧(약 1000원)만 내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전국민건강보험을 도입하고, 마이크로크레디트와 저리의 농업융자를 빈한한 농촌지역에 제공했으며 최저임금을 올렸습니다. 그런 정책의 효과로, 2001년 4.9조밧이었던 국내총생산액은 5년 만에 7.1조밧으로 증대됐고, 같은 기간 북동부 농촌지역의 소득은 46%나 늘어났으며, 21.3%였던 빈곤율도 11.3%로 대폭 떨어졌습니다.


쿠데타로 탁신이 실각한 뒤 등장한 민주당 정권 아래서도 국민총생산은 늘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은 제자리걸음 했습니다. 그 결과, 한동안 줄어들던 소득격차가 다시 확대돼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3.7%를 차지하고 하위 10%는 겨우 1.6%를 나눠갖게 됐습니다. 군부와 기업 엘리트 등 기득계층을 대변하는 민주당 정권은 탁신을 부패 혐의로 기소했지만 그들 역시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번 선거가 프어타이당의 완승으로 끝난 까닭은 “어차피 타이 정치인들은 모두 부패했다. 그래도 우리에게 돈을 준 사람은 탁신뿐이었다”라는 타이 유권자의 말에 응축돼 있습니다. 타이 민중의 프어타이당 선택은 포퓰리스트적 선동 탓이 아니라 자기 이해관계와 경험에 근거한 엄정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잉락이 대책 없는 포퓰리스트인지 아닌지는 타이 새 정부의 정책 집행과정에서 드러나겠지요. 중요한 것은, 그가 포퓰리스트라 할지라도, 포퓰리즘이 먹힐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 책임은 그동안 사회적 격차와 서민들의 고통을 도외시한 기득계층에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타이의 방정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법인세 인하 등 각종 특혜를 받으며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곳간 채우기에 급급한 사이, 가난한 대학생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죽어가고 노동자들은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여도 일자리를 지키지 못합니다. 빈곤율은 15%나 되고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9번째로 높지만 우리의 세제·복지 제도는 불평등과 빈곤을 타파하는 데 가장 비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오이시디는 최근 “한국은 소득형평성 개선 등 사회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득계층을 대변하는 보수언론이나 전경련 등은 서민 부담을 줄이려는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수백억원의 세금을 퍼부으며 반포퓰리즘 전사를 자처하는 이조차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런 포퓰리즘 비난 공세야말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조작과 선동의 대상으로 폄하하려는 기득계층의 오만한 속내의 표현입니다. 타이 선거 결과는 기득계층이 사회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눈감은 채 포퓰리즘 매도 따위만으로 현실을 미봉하려고 할 때 어떤 결과를 빚을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타이의 선택을 포퓰리즘에 대한 굴복으로 비웃을 때가 아닙니다. 편집인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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