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8월 11일] 이승만 재평가논란에 대해 > 공지사항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공지사항

[이준희 칼럼/8월 11일] 이승만 재평가논란에 대해

작성일 11-08-16 09:43

페이지 정보

조회 5,427회 댓글 0건

본문



  • alba02201108102044410.jpg\"




광복절이면 늘 대북제안이나 사면이 관심인데 올해는 다른 이슈가 먼저 불붙었다. 이승만 초대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문제다.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논란이 계기가 됐다. 공영방송이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의 첫 순서로 그를 선택한 데 대해선 시비할 게 없다. 더욱이 이 전 대통령이 \"너무 저평가돼 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 재평가해야 한다\"는 요지의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터다.



문제는 공과(功過)를 평가하는 시각일진대, 당장 진보좌파진영에서 격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수십 년 그들의 현대사 재구축과정에서 거의 성공적으로 묻어버린 그를 새삼 공공평가의 장으로 다시 끄집어낸다는 것부터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건국대통령이자 독재자



한 케이블방송도 재평가 토론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런데 제목이 \'건국대통령인가, 독재자인가\'다. 상업적 의도는 이해하나, 이런 식으로 선택을 강요하는 건 가장 질 나쁜 방식이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총체적 선악 개념으로 단순화함으로써 열린 논의는 불가능해지고, 토론은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된다. 어느 쪽이 이기든 진실의 왜곡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대통령이나 독재자 중 하나가 아니라, 건국대통령이자 독재자다. 늘 좌우의 경직된 시각을 질타하지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보수진영 일반의 시각이 더 유연하다. 건국과정과 한국전쟁까지의 역할은 높이 평가하되, 집권 후반기 내치(內治)까지 옹호하려 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노태우 전 대통령 회고록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1954년 가을부터 이미 심각한 정신적 이상징후를 보였다. 일부는 그가 4ㆍ19혁명 때 학생들 희생소식에 주저없이 하야를 결정했다는 점 등을 들어 주변 정상배들에 의해 눈이 가려졌다는 정상론을 펴지만 당치않다. 사실이 그렇더라도 그 또한 마땅히 그의 책임이다. 친일파 청산실패를 두고 신생국 인력풀의 한계를 들거나, 북한도 김일성 동생 김영주와 이승엽을 비롯해 정권 군부에 숱한 친일파를 기용했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태도 역시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반면 진보진영에선 우리가 여전히 분단상태라는 점, 또 앞서 임시정부가 존재했다는 점 등을 들어 아예 건국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승만은 오직 탐욕과 권력욕으로 민중의 통일의지를 꺾은 분단의 원흉일 뿐이다. 잇따라 발굴되는 국제문서들에서 당시 소련이 먼저 분할정부 수립을 계획했고, 이에 따라 김일성일파가 일사천리로 북한지역을 정리했으며, 남북협상 당시 김구도 북한정권수립을 막을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 등에는 눈을 감는다.



독립운동기에도 이승만은 민족진영에 해악만 끼친 분열주의자였으나 다만 미국이 활용한 인물일 뿐이라는 주장도 편다. 그러나 그는 해방정국에서 김구, 여운형을 포함한 민족, 사회주의진영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민중의 지지를 받은 인물이었다. 이는 당시 군정청 문서나 언론 등의 기록에서, 또 선대들의 증언에서 명백히 확인된다.



진보진영 일반의 시각으로 보자면 그는 일제강점기서부터 타계 때까지 전 생애를 걸쳐 뭐하나 긍정 평가할 것이 없는 악의 화신이다. 심지어 최근 독도 문제와 관련, 평화선을 그어 독도 실효적 지배의 계기를 마련한 그를 두고도 이승만 매판정권 때문에 독도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글을 보고 경악한 적도 있다.



그 없이 국가정체성 설명 안돼



이승만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을 세우고, 전쟁에서 미국과 세계를 움직여 나라를 지켜낸 지도자다. 반면 국내정치에선 유아독존식의 아집과 무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심각하게 왜곡시킨 독재자다. 그러므로 공만큼 그의 과는 크고 무겁지만 최소한 우리의 건국대통령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걸 인정치 않고는 현대 세계사의 기적이라는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와 정체성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다시 광복절에 즈음해 그의 재평가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전화: 02-723-7443   팩스: 02-739-1965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1가 25 한국프레스센터 1311호
Copyright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