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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이기수 경향신문 편집인 겸 논설주간] 윤석열과 지는 벚꽃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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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024-04-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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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표는 준엄했다. 108 대 192. 보수여당이 대참패했다. 1988년 ‘1노3김’이 겨룬 13대 총선 이래 여당 지역구 의석이 처음 두 자릿수(90석)로 쪼그라들고, 그 의석마저 셋 중 둘은 영남(59석)이었다. 2년 전 대선에서 이긴 한강·금강에서 완패하고, 낙동강과 서울 강남에서 명줄만 부여잡았다. 중대선거구제와 비례제 확대를 반대한 여당은 누굴 탓할 것도 없다. 윷 던지듯 한 소선거구 진검승부에서 ‘모 아닌 도’를 잡았다. 그 투표함이 까진 4월10일 밤, 한국 정치는 또 한 번 개벽했다.

“왜 저리 막 던질까.” 대통령이 총선용 감세·토건 공약을 나날이 쏟아낼 때다. “질 거니까.” 이 문답에 술자리에선 실소(失笑)가 터졌다. 정권심판론이 그리 컸고 이심전심으로 굴렀다. 허겁지겁 용쓰다 만 여당은 논외로 두고 그 심판의 시작과 끝, 오롯이 ‘윤석열’이다. 집권 2년 패인이 ‘디올백·런종섭’뿐일 리 없다. 검사 정치, 입틀막 정치, 이념 정치, 야당·비판언론만 수사·감사·검열한 권력사유화, 편 가른 인사, 사과 없는 만기친람 국정의 울화와 냉소가 ‘윤석열’로 집약됐다. 대통령은 굳이 비쌀 땐 국과 계란찜에 넣어 먹지 않는 게 대파란 것도, 그래서 그 소동에 서민들이 더 서러웠던 것도 몰랐을 게다. 귀 닫고 기세등등 폭주하던 윤석열차를 총선이 세웠다. 민심의 철퇴였다.

힘 빠진 대통령은 외롭다. 격전지에서 생환한 안철수·나경원·이준석은 그가 내친 이들이다. 2028년까지 대통령보다 임기 긴 여당 의원들도 호락호락할 리 없다. 보수언론도 싹 걷으라니,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온갖 카르텔로 옥죄던 ‘줄푸세’ 입법과 ‘메가서울’은 길을 잃었다. 그렇잖아도 사후 시비 될 정책의 ‘용산 보고·결재’를 사린다는 공직사회는 국회와 여론을 더 살필 게다. 고립무원(孤立無援)과 무신불립(無信不立)과 복지안동(伏地眼動), 이 열두 글자는 레임덕 경고장이다. 눈 익은 사극에 빗대면, 사면초가가 높아 용산궁의 밤을 덮고, 넋 잃은 혼군(昏君)은 술잔만 비우고, 그 옆에서 궁 밖 나들이도 접은 중전이 한숨짓는 장면 아닐까. 지지자들까지 부끄럽게 한 2년의 자업자득이다.

대한민국엔 두 절대권력이 있다. 7000여 고위직을 임명해 국정을 총괄하고 형사소추도 불가한 ‘대통령’과 그를 탄핵하고 거부권을 무력화하고 개헌도 할 수 있는 ‘국회 200석’이다. 총선은 그 대통령의 힘을 빼고, 야권엔 200석까지 8석을 채워주지 않았다. 서로에게 부족한 2%는 최후통첩이다. 패장 대통령은 마지막 기회이고, 국회 리더 이재명은 경세의 전략·정책·지혜를 구할 시간이다. 대통령은 비상구가 있을까. 이재명은 ‘새 이재명’으로 거듭날까. 앞으로 1~2년, 새 국회 전반기(2024~2026년)에 판가름난다.

한데, 총선 당선증 잉크도 마르기 전, 또다시 거국내각이니 개헌이니 대연정이니 말이 앞선다. 선후가 바뀌었다. 총선 표심은 이 국정 난맥의 진상을 밝히고, 검찰권·감사권·방송심의 전횡을 바로잡고, 무능한 민생 출구를 열라는 것이다. 그 결과표를 놓고 정치·헌법·대선을 논해도 늦지 않다. 잘해서 모아준 표가 아니다. 힘 받더니, 또 나무에 올라 물고기부터 찾는 야당이 될 건가. 승장 이재명은 현충원에 ‘함께 사는 세상’과 ‘민생정치’를 적고, 검찰개혁과 사회권 확장을 외친 조국은 ‘사즉생’을 다짐했다. 그것부터다. 야권은 이 의석이라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뭘 하고 싶었을까, 이 의석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뭘 왜 못했을까 반추할 때다. 거야는 어깨 힘들어가고 정당민주주의와 언로가 막히지 않게 경계할 때다. 겸손한 권력, 답 내놓는 정당만이 수권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원문보기 :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416163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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