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영동지방의 수부(首府)도시로서의 확고한 위상이 있었다.지금도 그 상징성과 실제의 역할이 적지 않지만 예전과는 다르다.강릉이 그런 지위를 가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우선 대관령이 영동 전체의 관문 역할을 했고,얼마 전까지 영동고속도로가 유일한 통로이다시피 했다.걸출한 인물을 배출하고 오랜 역사와 문화를 쌓아온 것이 물론 그 배경에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목을 독점한 이점이 적지 않았다.과거를 향수하는 것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그 원인이 길을 독점했던 우월적 지위가 흔들린 탓이 적지 않다고 본다.북으로는 미시령관통도로가 뚫렸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됐다.춘천~속초고속철도도 뚫릴 것이라고 한다.남으로는 폐광경제권이 형성되고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 사정이 크게 좋아졌다.

이처럼 강릉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통째로 변한다.몇 년 더 지나면 종횡으로 입체 교통망이 정비된다.강릉 의존도는 더 낮아질 것이다.KTX강릉선은 적어도 10여 년 그런 상실감을 좀 메워줄 것 같다.서울을 1시간대에 마음 편히 오갈 수 있는 또 다른 관문의 키가 강릉에게 주어진 것이다.한편으로 도로 때문에 이권을 잃은 셈이고,다른 한편으로 철도로 인해 한시적 이권을 얻은 셈이다.

이런 변화는 한편 바라던 것이지만,다른 한편 불편한 자극일 것이다.중국 지도자 등소평은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시원하지만 해충이 함께 날아든다”라며 개혁 개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관문이 활짝 열리고 전후좌우로 여러 쪽문까지 생긴 형국이나 마냥 좋다고만 하기 어렵게 되었다.사방에서 거센 바람이 밀려드는데 과거의 유산과 정서만을 고집해서는 감당이 안 될 것이다.

명성을 이어가려면 기질도 관습도 변해야 한다.올림픽을 치르고 커피도시 브랜드를 보탠 것은 그런 면에서 뜻이 있다.코로나19의 어려움을 딛고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제2회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린다.강릉 출신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동백정원’이 개막작으로 선정됐고,총 14개국 25편의 상영작이 선보인다.이런 모색이 옛 이름을 지키고 도시를 살아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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