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재벌 총수들의 평균 수명이 77세였다.재벌닷컴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총수를 지내다 별세한 창업주와 직계 총수 3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최고 부자들의 수명이 우리나라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의외다.엄청난 부를 쌓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재벌 오너들이지만,죽고 사는 일만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82.7세다.부자들의 수명이 이에 미달한다.장수한 재벌로는 지난 1월 99세로 세상을 떠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꼽힌다.2002년 타계한 영풍그룹 창업주 장병희 전 회장과 2017년 별세한 구태회 LS전선 전 명예회장으로 각각 93세,2014년 타계한 코오롱그룹 이동찬 전 회장이 92세였다.SK그룹 창업주 최종건 전 회장은 47세로 단명했다.

재계 1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어제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6년5개월 만이다.선대 이병철 회장의 유지를 이어 오늘의 삼성을 일궜다.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초일류 도약을 독려했다.그러나 빈부귀천이 따로 없는 마지막 시간을 어쩌지 못했다.평균은 누린 것 같지만 병상의 시간을 빼고 나면 70세를 갓 넘긴 것이다.

사주명리학에서는 “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財多身弱)”라고 한다.그도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재물은 일정 규모 이상이면 자신의 것이 아니다.오히려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부의 형성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쌓인 원망도 짐이 된다.부가 어느 순간 자신을 공격하는 비수로 바뀌는 것이다.여기서 벗어나는 길이 기부와 환원인데,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부호들의 통 큰 기부에는 이런 방어기제가 있다.이병철 전 회장이 ‘경청’과 ‘겸허’를 좌우명으로 삼았던 것도 재물의 독(毒)을 빼려는 속뜻이 있었다.이건희 회장은 IOC위원을 지내며 강원도가 3수 끝에 평창올림픽을 유치하는데도 공이 컸다.부는 어떻게 축적하고 환원할 것인가.재물과 생명은 서로를 어떻게 간섭하는가.한 시대를 풍미한 재벌의 부음이 많은 질문과 여운을 남긴다.원문보기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44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