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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킬러 문항’과 ‘킬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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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9회 작성일 2023-07-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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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 숱한 교육정책 내놨지만 거듭 실패
수능, 학생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 안 줘
대학에 자율권 주면서 입시제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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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만 있고 효과가 없는 ‘위선의 정책’이 수두룩하지만 교육정책은 그 괴리가 유독 심하다. “대학 많이 지어 원하는 사람들 다 대학 갈 수 있게 하겠다.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풀 수 있도록 수능 문제를 쉽게 내라. 대학등록금 올리지 마라. 학교에서는 선행학습 금지한다. 과도한 학업 부담 해소 위해 교과과정 축소 개편하라.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행렬은 이미 뺐으니 미적분,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도 선택으로 돌려라. 자사고·특목고는 폐지하겠다.” 지난 30여년간 역대 정권이 내놓은 주요 교육정책이다. 참으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누구나 쉽게 대학 갈 수 있으며,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으로 포장했다. 5년짜리 정권들이 교육정책을 주머니 속 공깃돌 다루듯 했다.

한번 시험으로 당락 결정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대학을 가려면 ‘대학입학학력고사’를 봐야 했다. 수시와 정시로 뽑는 요즘은 대학에 들어가는 경로가 다양하지만 당시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당락을 결정지었다. 모든 수험생이 한날한시에 똑같은 필기시험으로 결판을 낸 한판 승부였다. 최상위권 학생이라도 시험 당일 감기 몸살에 걸리거나 지나친 긴장으로 실력 발휘를 못 하면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컨디션 조절 잘하는 것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회자됐다. 이뿐인가. 필자도 경험했다. 모의고사 성적을 1등에서부터 100등까지 복도에 붙여 놓는다. 그리고 어느 대학 합격권이라고 ‘친절하게’ 표시까지 한다. 우열반 편성으로 학생들은 양분됐다. 기업의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처럼 학생은 숫자였고 성적을 생산하는 노동자였다. 요즘 수능이 논란이다. 우선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겼다. 교육부가 ‘수습’ 차원에서 한 말이 스텝을 꼬이게 했다. 그 논란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대통령이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출제하지 말라고 하자 이는 사교육을 줄이는 대책이 되고 말았다. 이는 수험생과 국민들에게는 쉬운 수능으로 전달되면서 논란은 더 확산됐다. 관련 교육부 국장의 경질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킬러 문항 배제는 치상위권 학생에게만 영향을 주지만, 무엇이 킬러 문항인지 모르는 모든 수험생에게 파급되어 불안감을 키운다. 이런 상황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사교육에 눈을 돌리게 한다. 역대 정부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입시 제도를 손질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입시 제도를 손볼 때마다 사교육은 변경된 제도에 대응하는 생존 전략을 내놨다. 수능에 의한 정시나 학생부에 의한 수시나 완벽한 것은 아니다. 수능은 투명하지만 획일적이고, 학생부 전형은 불투명하지만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갈 젊은이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성과 급급 조급증 버려야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이 학생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무슨 도움을 주고 있나. 한 문제를 1분에 풀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학습해 정답을 찾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킬러 문항 배제는 수능 정상화를 넘어 교육 개혁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교육이 잠재력과 개성을 무시하고 아이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킬러 교육’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대학 졸업 여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생애 경력 개발에 중요한 노동시장의 초기 입직을 결정하는 닫힌 노동시장에서 능력과 성과에 의해 평가받고 이동이 자유로운 열린 노동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소위 ‘일류대학’ 입학을 위해 많은 청년이 몇 년씩 소모하는 사회적 낭비가 없어지고 입시 제도에 대한 국민의 과도한 관심도 줄어든다.

입시 제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서 확립해야 한다. 현 정부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교육 백년대계의 근간을 세워야 한다. 입시제도가 정치적인 이유로 오락가락하면 미래는 길을 잃는다.

원문보기 : https://www.kwnews.co.kr/page/view/202307111911119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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