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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영호남 남부 광역연합'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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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31회 작성일 2020-10-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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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의 계절이 돌아오면 범어사 주지 스님 생각이 난다. 산중총회에서 주지직에 오른 스님이 취임 기자 간담회 자리에 맑은 송잇국이 들어간 정갈한 절집 밥상을 차려 내놓은 적이 있다. 범어사 뒷산인 금정산에서 딴 송이라고 해서 좌중은 모두 놀랐다. 고성 양양 삼척 울진 봉화 영덕 등 백두대간을 따라 남하해 부산 금정산에 당도한 귀하디귀한 송이가 아닐 수 없었다.


향긋한 솔향기와 아작아작한 식감이 일품인 금정산 송이를 앞에 두고 주지 스님은 덕담을 잊지 않았다. “삼대 구 년 만에 지역 출신이 범어사 주지가 되었으니 많이들 도와 달라”는 말씀이었다. 불가에는 ‘중 벼슬은 닭 벼슬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지만 범어사는 호남 출신 주지가 많기로 유명해 이 고장 출신의 새 주지로서 언론에 친근감을 표시한 셈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범어사에 호남 출신 스님이 많은 것은 범어사를 오늘의 선찰대본산으로 우뚝 세운 동산 스님(1890~1965)이 영남의 다른 절집과는 달리 호남 출신이라 해서 차별하지 않고 출가를 허락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역을 차별하지 않는 범어사의 이런 전통은 ‘부산 정신’과 맞닿아 있다. 부산은 근대화 과정에서 팔도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특히 6·25 한국전쟁 때에는 팔도의 피란민들로 들끓는 용광로의 도시였다. 부산에서 3대 이상 뿌리를 내린 토박이는 불과 30% 정도에 그친다는 게 정설이다. 부산 정신은 개방성·포용성·다양성·유동성이고, 그 정신을 바탕으로 부산은 ‘혼종의 도시’· ‘잡것들의 천국’이 되었다.


안으로는 팔도를 끌어안은 ‘용광로의 도시’이자 밖으로는 ‘한반도의 관문 도시’인 부산에 전에 없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이 인천에 밀리는 것도 모자라 지방소멸의 길을 밟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위기감의 진원지다. 부산 청년의 수도권 유출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도시 활력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현실 정치에서 인구가 모든 정책의 기준이자 통계의 기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산의 인구 감소는 ‘걱정이 태산’이라는 말로도 모자란다. 부산 인구는 최근 330만 명대로 추락했다. 1995년 38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해마다 감소세가 이어져 부산의 올 9월 주민등록인구가 339만 9749명으로 내려앉았다. 경남보다 2만 5346명 많다지만 이마저도 내년이면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공공연하다.


〈부산일보〉 독자위원회 10월 좌담회에서도 부산 인구 감소가 집중적으로 논의됐고, 부산의 젊은 변호사들이 최근 수도권으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사정이 이러하니 ‘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 ‘가덕신공항’이 지역의 절박한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가덕신공항 추진은 유력 대선주자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이미 대세를 형성했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향방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주목하는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강조했듯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룡처럼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맞설 강력한 비수도권 지방 연대가 그것이다. 통계청이 올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2582만 명)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공식화함으로써 비수도권은 너나없이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리는 기현상을 타파할 대안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대구·경북 행정통합,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부상 중이다.


개방·포용·다양·유동의 혼종성을 부산 정신의 DNA로 물려받은 부산은 그 어느 지역보다 통합 행보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호남 남부 광역연합’ 의 큰 그림을 그릴 때다. 부울경과 광주·전남을 넘나드는 남부 광역연합을 통해 선거 때만 되면 고개를 드는 지역감정을 청산하고 영호남 상생 발전의 기틀을 놓는 데 부산이 앞장서야 한다. 이미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 총선 때 부산에서 호남으로 가는 KTX남해선 신설을 제안한 바 있고, 부산연구원도 ‘남부 광역경제권 구축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세미나를 지난달 개최하기도 했다.


지방끼리 각자도생하며 죽기 살기로 경쟁하는 것은 지방 공멸을 앞당길 뿐이다. 가까운 일본을 비롯하여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행정구역 광역화를 통해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제시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으로 가닥을 잡고, 영호남 남부 광역연합으로 경제권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방에 갇혀 있지 말고 통합을 통해 지방의 광역화를 추진하는 데서 지방의 활로를 찾아 나가야 한다. 혼종성과 역동성의 부산 정신은 이런 지방 통합의 기폭제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10221855442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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