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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우리 전투기 50% 없어진 뒤 전쟁 시작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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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2023-01-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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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 게임이 제시한 매우 불편한 사실들
中 개입 다음 전쟁은 우리 상식, 관념 뒤엎어
美·日은 먼저 움직이는데 우리 안보 지향점은 어디 


공군이 2022년 3월 25일 한 기지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 28대를 활주로에 도열시켜 이동하는 일명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코끼리 걸음)’ 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의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무력 시위다./국방부 제공

공군이 2022년 3월 25일 한 기지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 28대를 활주로에 도열시켜 이동하는 일명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코끼리 걸음)’ 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의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무력 시위다./국방부 제공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발표한 중국의 대만 침공 워 게임(전쟁 시뮬레이션)은 우리에게도 몇 가지 심각한 시사점을 던진다. 대만과 한국은 다르지만 중국의 위협, 좁은 국토, 지리적 위치(한국도 섬이다) 등 비슷한 점도 적지 않다. 워 게임 결과 거의 모든 경우에 중국 해군이 궤멸되며 대만 점령은 실패했다. 그러나 대만은 물론이고 미군의 피해도 막대했다.

중국군은 대만 침공 시 언제나 가장 먼저 괌과 일본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 미사일 세례를 퍼부었다. 너무나 당연한 전술이다. 그런데 이 미사일 최초 공격에서 미 공군은 평균 200대 안팎의 전투기를 잃었다. 공중전에서 격추된 것은 거의 없고 90%가 이륙도 못 하고 땅에서 파괴됐다. 패트리엇 등 미국 요격미사일은 비처럼 쏟아지는 중국 미사일 앞에 중과부적이었다.

대만 공군은 첫 미사일 피습에서 전력의 거의 절반을 잃었다. 대만 공군의 기지 방호는 우리보다 튼튼하다고 한다. 북한의 기습 남침도 중국과 똑같이 우리 공군기지에 대한 대량의 미사일 공습으로 시작한다. 지금대로면 피해는 대만 이상일 것이다. 우리 공군은 가장 큰 대북 억지력이다. 그 절반이 최초 미사일 피습 때 사라진다면 충격적이고 두려운 일이다. 북한은 그런 공격을 할 수 있는 미사일을 쌓아가고 있다.

거의 모든 경우에 태평양의 미 7함대 항공모함 2척이 모두 격침됐다. 태평양전쟁 때도 항모는 자주 격침됐다. 그러나 지금 미 항모는 그때와 달리 미 군사력, 국력의 상징이다. 북한이 도발하면 먼저 미 항모가 왔고 그러면 북이 잠잠해졌다. 하지만 대함미사일의 획기적 발전으로 항모의 시대는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촘촘히 떠 있는 인공위성을 통해 미 항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됐다. 그쪽으로 대함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대량으로 집중시키면 항모 전단이 버틸 수 없는 것으로 나왔다. 호위 이지스함들이 동분서주해도 쏟아지는 미사일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항모가 침몰하면서 탑재돼 있던 전투기도 전부 수장됐다.

북한도 대함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은 미 항모의 위치를 북한에 알려줄 것이다. 작년에 미 항모가 부산에 정박한 상황에서 북한이 이 항모를 겨냥한 듯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과거엔 없던 일이다. 미 전략연구소는 지역 위기 때 미 해군이 습관적으로 항모전단을 보내는 압박 전술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가 미 항모에 의존하던 시대도 끝날지 모른다.

워 게임에서 미국이 대만군에 우크라이나식 무기 지원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중국의 미사일이 대만섬을 포위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미국이 막대한 피해를 당하며 중국 해군과 공군을 격퇴할 때까지 혼자서 버텨야 했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북한 지원에 본격 나서면 섬과 같은 한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워 게임은 중국 본토에 대한 미군의 공격 가능성은 배제했다. 모든 경우에 그랬다. 중국의 대공 방어망도 강력했지만 그보다는 핵 국가와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북한도 이미 핵 국가다. 미국은 같은 논리로 유사시 북한과의 확전을 피하려 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바로 이런 지위를 얻으려 전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워 게임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일본이었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 전쟁에 전면적으로 개입하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그러나 일본이 자국 내 미군 기지를 중국과의 전쟁에 쓰지 못하게 한다거나, 그 기지들이 중국 공습을 받는데도 일본 자위대가 중립을 지키면 미국은 크게 고전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내 미군 기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만약 일본이 자국 안전을 위해 미군의 기지 사용을 막으면 심각한 상황이 된다.

워 게임은 중국과의 분쟁에서 미국이 의존할 수 있는 동맹은 일본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한국은 중국의 보복은 물론 미군 전력 분산을 노린 중·북의 대남 도발을 두려워해 미국을 돕지 못할 것으로 봤다. 미군은 한국 내 미 전투기의 절반을 타 지역으로 옮겨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최근 미국과 일본 사이는 역사에 이런 동맹이 또 있었느냐고 돌아볼 정도다. 중국과의 대결에서 일본이 갖는 사활적 위치를 미 정부가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미 해군참모총장은 일본의 핵잠수함 보유 허용 가능성까지 내비치기 시작했다. 일본은 앞으로 5년에 걸쳐 방위비를 2배로 늘린다. 한국의 거의 두 배가 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환호를 보냈다. 격류 같은 사태 전개 속에서 우리 안보는 지향점을 정확히 잡아야 한다.

미국의 군 관련 분석은 비관적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워 게임 안에는 중요한 팩트와 관점이 들어 있다. 이제 낡은 안보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미사일의 시대에 전통적 군대의 모습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워 게임은 150페이지로 짧지 않지만 우리 군 대대장급 이상 많은 장교가 읽었으면 한다.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1/19/AOORFVZWUNEY7OWP3HGHCQLN3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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