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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충격적인 ‘38%’, 저질 정치 근거지는 양극단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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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3회 작성일 2022-12-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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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 몸통이
‘윤’이라 답한 국민 38%
패싸움 감정에 빠져
흑과 백까지 바꿔
이 상태 그대로 두고
합리적 민주주의 어려워


지난 11월 12일 서울 도심 세종대로에서 보수·진보단체 집회가 동시에 열려 양방향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이 두 집단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웠다./이태경기자

지난 11월 12일 서울 도심 세종대로에서 보수·진보단체 집회가 동시에 열려 양방향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이 두 집단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웠다./이태경기자 

요즘 민주당은 너무 이상해서 몇 분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대답이었다. 국회에서 정부 법안은 다 막고 민주당 법안은 밀어붙이는 것이 이 대표를 수사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유일한 압박 카드이고 이를 풀려면 양측이 이 대표 수사 문제를 타협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답은 ‘지지층이 이렇게 하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첫 번째 답과 두 번째 답은 같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묻지 마 방탄’이 지지층에게 환영받지 못하면 당장 그만둘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 전부가 이 대표 지지는 아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만은 공통적으로 크다. 문제의 핵심은 ‘지지층’이란 뜻이다. 그러니 앞으로 상당 기간 민주당의 무조건 반대와 입법 폭주가 이어질 것이다.

2022년이 끝나가는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 사건이 하나 있다. 물론 윤 대통령 당선이 가장 큰 사건이지만, 자꾸 떠올라 ‘이게 뭐지’ 하게 되는 다른 일이 있다. 대선 직전이었다. 두 개의 여론조사가 거의 동시에 나왔다. 질문도 거의 같았다. 하나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몸통이 누구냐’이고, 다른 하나는 ‘대장동 특혜 의혹이 이재명 게이트냐, 윤석열 게이트냐’였다. 당연히 ‘이재명’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놀라운 것은 37.9%와 37.3%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 윤석열’이고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호남에선 이 비율이 50%를 넘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과거 윤석열 검사가 어느 저축은행 관련자 수사를 하지 않아 대장동 의혹의 씨앗이 됐다면서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2011년 대장동 일당보다 먼저 대장동 ‘땅 작업’을 한 업자가 있었다. 이 업자가 동원한 돈 상당액이 이 저축은행 대출이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수사하게 된 윤 검사가 박영수 전 특검의 부탁을 받고 이 대출을 중개한 사람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수사와 대장동 특혜 사건은 관련이 있을 수가 없다. 대장동 땅 작업을 했던 이 업자는 나중에 자금 문제로 대장동 사업권을 남욱씨 등 대장동 일당에게 넘겼다. 사업권을 확보한 대장동 일당이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과 연결되면서부터 대장동 특혜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땅 작업을 한 최초 업자는 당연히 이 특혜 사건과 상관이 없다. 일각에선 윤 검사와 법조 기자단 간사였던 김만배씨의 친분도 문제 삼는다. 이 역시 대장동 일당에게 천문학적 특혜를 안겨준 사업 구조를 허가한 사람이 이재명 시장이라는 본질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생업에 바쁜 대중이 이 뉴스들을 다 따라가며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이 윤석열 게이트’라는 주장이 억지라는 것은 상식으로도 알 수 있다. 윤석열이 없었어도 대장동 사건은 벌어졌다. 이재명이 없었으면 대장동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38% 가까운 국민이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이 몸통’이고 ‘윤석열 게이트’라고 했다. 아무리 편싸움을 하는 대선 와중이고 이 대표 지지자들이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고 해도 ‘잘 모른다’는 답을 놔두고 ‘윤이 몸통’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에게 죄가 없다는 주장은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윤이 몸통’이란 것은 흑과 백을 뒤집는 것으로 정치 호불호와 차원이 다르다. 20세 이상 38%면 1640만명이다. 놀라움을 넘어서 충격이었다.

천안함 괴담, 사드 전자파 괴담, 세월호 잠수함 충돌 괴담, 각종 민영화 괴담 등 상식 밖의 괴담이 힘을 발휘하는 바탕에 이 ‘38%’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 괴담들을 진실로 믿는다기보다는 ‘38%’를 의식하고 그들에게 영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이 ‘38%’의 정반대 편에도 상당한 규모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도 상식 밖이거나 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도 이들 눈치를 보고 있다. 민주화 이후 대세가 된 저질화 정치의 뒤에는 이렇게 사실(事實)과 합리보다 ‘내 편’과 감정을 앞세우는 양극단의 국민이 있다. 이들이 양식(良識)이라곤 없는 저질 정치인들의 근거지다.

이 양극단 거대 대중의 등장은 편 갈라 패싸움하는 대통령제의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대통령제 미국도 비슷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달 상하원 선거 공화당 출마자 절반 이상이 바이든이 당선된 지난 대선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 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답이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영합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 사회 양쪽에 이토록 거대한 규모의 비이성적 대중이 버티고 있는 이상 합리적인 민주 정치는 발을 붙이기 어렵다. 정당과 의원들만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패싸움을 조장하는 제도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야 일부 의원들의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폐지 주장을 정치권이 그냥 흘려보내지 말았으면 한다.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12/08/ZT4XWSUUJFA43NDWOZMBJXI5J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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