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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대선 패배 직후 주식 투자한 의식 세계

작성일 22-11-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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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헌신, 윤리적 태도, 사적 이익에 초연함….
대통령의 덕목이 이 대표에겐 별것 아닌가
대입 실패한 수험생도 몇 달은 자중한다 


필자가 만나 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놀랍도록 유연한 사람이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맞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인 대목도 있었다. 이미 당시에 대장동 의혹, 권순일 대법관과의 재판 거래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였지만 이 모든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해 보였다. 신뢰할 수 있는 민주당 의원이 그를 보증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행정에도 ‘유연성’을 발휘해 거침없이 의사 결정을 하다가 이런 문제들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지난 24일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지난 24일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지금 대장동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 대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만약 대장동 일당에게서 흘러나온 돈이 민주당 내 경선에 쓰였다거나 이 대표 본인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밝혀지면 이 대표는 더 이상 정치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 진상은 모르며 시간이 지나면 가부간에 검찰이 밝힐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필자가 이 대표에 대해 갖게 된 새로운 의문은 최근 언론에 작게 보도된 뉴스였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직후에 주식을 샀다는 기사였다. 누구는 주식 투자는 누구든 할 수 있고 대선 후보라고 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한다. 이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또 어떤 이는 방위산업 주식을 산 이 대표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들어간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것도 문제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말했듯이 대선 패배 후 이 대표를 지지한 절반 가까운 국민이 충격과 상실감에 ‘널브러져’ 있는데 누구보다 죄스럽고 무거운 마음이었을 대선 후보가 그 판국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골라 주식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정치를 오랫동안 봐 온 필자도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본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할 것이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수험생도 몇 달은 스스로를 추스르며 보낸다. 그런데 어떻게 대선이란 전 국가적 시험대에서 실패한 사람이 곧바로 주식을 사는가. 속칭 ‘강철 멘털’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선거에 진 사람을 많이 봤다. 한번은 지하철에서 낙선한 전 의원을 우연히 만났는데 도저히 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초췌했다. ‘건강이 안 좋으시냐’고 물었더니 “죽지 못해 삽니다”라고 했다. 술 한잔을 걸친 듯한 그의 어두운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른 한 사람은 매일 악몽을 꾸는데 그 악몽은 자신이 당선되는 꿈이라고 했다. 깨 보면 차가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심하지는 않다 해도 누구에게든 낙선은 큰 타격이 된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한 뒤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와신상담했다. 김영삼은 민정당이란 호랑이굴로 걸어들어갔고, 김대중은 중앙정보부 창시자인 김종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주식을 샀다. 그것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직전이었다. 그때 이미 당 대표 출마 결심도 굳혔을 것이다. 그런 중대한 정치를 앞둔 사람이 얼마나 돈을 벌겠다고 주식 투자를 하나. 이 대표를 묻지 마 지지하는 사람들을 빼고 이 대표를 찍은 수많은 사람들도 대체 무슨 생각이었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도 이 대표 특유의 ‘유연함’인가 하고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이 대표는 ‘주식을 다 팔았다’고만 할 뿐 말이 없다.

민주당이라는 최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 대선에서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사람, 그리고 다음 대선에 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정치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사적 이익과 결별해야 한다. 속마음까지 결별이 힘들다면 처신만이라도 결별한 것처럼 해야 한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에도 자신이 주식을 갖고 있는 기업에 큰 이익이 될 결정을 내렸다. 보통 사람은 못하는 일이다. 이 대표에게는 이런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 대통령 출마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사업이나 게임이 아니다. 이 대표는 마치 한 판의 게임에 진 사람이 곧바로 다른 소소한 게임을 한 것 같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떤 것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이 누구보다 공적 헌신을 하고 이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반적 기준 이상의 윤리적인 태도, 사적 이익에 초연함, 오해받을 수 있는 처신에 대한 경계 등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표는 대통령이 갖춰야 할 이런 덕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역사 앞에 마주 선 듯한 중압감을 느낀다고 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막대한 득표를 한 이 대표도 그런 역사의 무게를 느껴야 마땅하다. 한국 정치가 산업화 민주화 다음에 선진화가 아니라 저질화로 가고 있다지만 이것은 대체 무슨 경우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양상훈 주필양상훈 주필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10/27/7M7DZWL5BNGIRATP45TOQLBKZ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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