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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美 핵우산’ 그 거짓말 진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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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5회 작성일 2022-10-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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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민 목숨 걸고 北에 핵 반격 불가능
핵우산, 전략 자산 전개는 韓 핵무장 막는 논리로 변질
핵은 쓰기 위해서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 필요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10일 보도한 미사일 발사 장면.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10일 보도한 미사일 발사 장면.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전술핵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전술핵은 폭발력이 작다고 하지만 우리 군의 현무 2C 미사일 수만 발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과 같다. 인류 역사에서 대화를 잘해 평화가 지켜진 경우는 없었다. 평화는 ‘상대를 공격했다가는 내가 죽을 때’ 지켜졌다. 상대를 공격해도 내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거의 어김없이 전쟁이 터졌다. 한반도 평화는 김정은이 한국을 공격했다가는 자신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지켜진다. 그런데 우리는 핵 공격을 당해도 김정은을 없앨 수 없다. 김이 어디 있는지 위치부터 정확히 모른다. 이 사실이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다. 이 경우 미국이 실제 핵 보복(핵우산)을 실행할지는 미국 자신도 모를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한 대신 미국-영국과 안보 제공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점령했는데도 미·영은 지켜만 보았다. 지금 푸틴이 핵 사용을 위협하는데도 미국과 나토국 어디도 핵 반격을 경고하지 못한다. 실제 푸틴이 전술핵을 사용해도 미국과 나토는 핵 반격을 하지 못할 것이다.

유럽의 나토국들은 공식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 그러나 이 핵우산을 진짜로 믿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영국, 프랑스는 독자 핵무장을 택했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는 자국 공군기에 미국 핵폭탄을 장착했다. 튀르키예(터키)는 자국 내 미 공군기지에 핵폭탄을 두고 있다. 러시아 위협을 받고 있는 폴란드도 이 대열에 참여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자신들이 러시아의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반드시 핵 보복을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렇게 할 이유가 없다.

사람 일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핵의 국제정치학도 마찬가지다. 동맹국이 핵 공격을 당했다고 자기 국민 수천만 명을 핵 공격에 노출하면서까지 핵 반격을 해줄 나라가 있을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몇 초 만에 답이 나오는 문제다. 북한은 머지않아 미 본토를 핵 공격할 다탄두미사일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미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그 경우 미국은 한국을 위해 자국민 목숨을 걸고 북한과 핵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다. 핵우산은 허울만 남는다.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것을 미국도 안다. 그래서 ‘확장 억제’라는 개념이 나왔다. 핵만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까지 총동원해 핵우산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민을 위해 미국민 수천만 명의 목숨을 걸 것이냐는 근본적 물음에 대답은 되지 못한다. 어떤 책임 있는 미국 관리도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한 적이 없다. 한국군의 북핵 대응 ‘3축 체계’는 탁상공론에 가깝다. 핵을 가진 상대에게 선제공격을 한다는 설정부터가 비현실적이다. 어떤 한국 대통령도 그런 결심을 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국토를 유린당해도 러시아 땅에는 포탄 한 발 못 쏘고 있다. 핵 때문이다.

핵우산의 남은 용도가 있다면 한국을 향해 ‘미국 핵우산이 있으니 핵 개발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한국에 오는 미국 항공모함, 잠수함, 전략폭격기도 김정은을 화나게는 했지만 억제에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제 북은 미 항공모함이 와 있는데도 도발한다. 미국 전략 자산 전개 역시 북한 억제보다는 한국에 핵 개발을 하지 말라고 달래는 용도로 변질했다고 생각한다.

‘1-X=0′이라는 1차 방정식이 있다. 북한이 1(핵무기)을 가졌을 때 그 위협을 상쇄해 ‘0′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X=?)는 문제다. 미국이 핵을 가지자 소련과 중국이 핵을 가져서 ‘1-1=0′으로 만들었다. 소련이 핵을 가지자 영국, 프랑스가 핵을 가졌다. 중국이 핵을 가지자 인도가 핵을 가졌다. 인도가 핵을 가지자 파키스탄이 핵을 가졌다. X=1 외에 다른 답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 문제가 ‘X³+Y³+Z³...=0′과 같은 누구도 풀 수 없는 초고차 방정식으로 바뀌었다. 적의 핵을 눈앞에 두고 햇볕 정책과 같은 만화까지 나왔다. 이 문제가 국내 정쟁의 소재가 되다 보니 이제 ‘X=1′이라는 상식을 말하는데도 눈치를 봐야 할 지경이 됐다.

푸틴의 핵 공격을 막는 방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핵을 제공하겠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북의 핵을 막는 방법도 하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에 핵을 제공하는 것이다. 핵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은 대북 최적합 전술핵인 B61-12를 탑재할 F-35A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W80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도 갖고 있다. 없는 것은 미국의 결심뿐이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진짜인 듯 천연덕스럽게 할 때 ‘그 거짓말 진짜입니까?’라고 묻는 언론계 선배가 있었다. 핵우산이야말로 ‘그 거짓말 진짜입니까’라고 물어야 할 대상이다.

양상훈 주필양상훈 주필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10/13/NK2LI2PV5JB5NBGSFTMPTQCZB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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