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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칼럼

[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여름휴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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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6회 작성일 2022-08-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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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다시 찾은 바닷가

부산 해수욕장 ‘물 반 사람 반’

확진자 발생 2년 6개월 만에

일상 회복 알리는 피서지 풍경

전·현직 대통령도 나란히 휴가 중

‘정치적 평온’ 되찾는 계기 기대

지난달 31일 제5호 태풍 '송다'의 간접 영향에 따른 너울성 파도로 입수가 금지된 해운대해수욕장에 많은 피서객이 몰려 휴일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달 31일 제5호 태풍 '송다'의 간접 영향에 따른 너울성 파도로 입수가 금지된 해운대해수욕장에 많은 피서객이 몰려 휴일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기자가 휴가가 어딨어?” 신문사에 들어와 여름휴가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 데스크로부터 돌아온 말이다. 입사 초기에는 연간 통틀어 사흘 정도 휴가를 갔던 것 같다. 오래전의 일이 문득 떠오른 것은 티브이 뉴스를 보고서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잠시 일터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도 휴가 사유를 적어 내야 하는 직장이 적지 않다는 보도였다. 5인 이상 근로자는 유급휴가를 법으로 보장받는 데도 휴가 사유가 필요한지, 황당하다는 뉴스였다.

일이 휴가이고 휴가가 일인 시절이 있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나마 이것도 어디냐며 다들 반겼다. 문화부 일선 기자 때는 ‘산사 여름 수련회’가 그런 경우였다. 쌍계사, 통도사에서 사나흘씩 열린 수련회에 참가했는데, 취재도 하고 쉬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여름휴가는 산사에서’ ‘호젓한 산사에서 참나를 찾아’라는 안내문은 솔깃하기만 했다.

한번은 통도사에서 멋모르고 ‘수련회 체험’에 나섰다가 혼쭐이 났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절집 시간표에 맞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108배는 기본이고 묵언에다 걸을 때나 서 있을 때는 두 손을 마주 잡는 차수(叉手)를 해야 하는 등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수련회를 마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머리 깎고 중이나 해야겠다는 말, 다시는 안 할 거다”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사를 떠나 속세로 갔다.

여름휴가를 알리는 신호는 역시 여름 노래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 줘요….’ 가요 ‘해변으로 가요’는 키보이스가 1970년 발표했고, 1997년 DJ DOC이 리메이크하면서 세대를 뛰어넘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라디오방송마다 앞다퉈 이 노래를 틀기 시작하면 여름이 온 것이다. 그리고 왠지 해변으로 휴가를 가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세월 탓인지 바뀐 세상 탓인지 ‘해변으로 가요’라는 노래가 부쩍 들리지 않는다 싶었는데 부산 해수욕장은 이미 ‘물 반 사람 반’이라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송정, 송도, 일광, 임랑 등 부산지역 해수욕장 7곳이 전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모처럼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7월만 하더라도 해운대해수욕장에 285만 928명, 광안리해수욕장에 183만 8168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가량 많았다고 한다.

8월에는 각종 축제까지 준비되어 있어 더 많은 피서객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다대포해수욕장, 일광해수욕장 등지에서 다채로운 바다축제가 열려 여름휴가는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가장 핫한 여름 휴가철은 역시 8월 초라는 명성을 올여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올 여름휴가가 각별한 것은 코로나19로부터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그동안 팬데믹에 휩쓸려 여름휴가를 비롯한 모든 일상이 중단됐다. 재유행 우려가 상존하고 있지만 ‘보복 여행’이든 어쨌든 부산 바다를 찾아 해수욕을 즐길 만큼 일상 회복이 가능해진 것이 어딘가 싶다.

여름휴가 단대목인 8월 초, 장삼이사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휴가’도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다. 1주일간 제주에 머문다고 하는데 벌써 올레길을 걷고 물놀이하는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덕분에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도 평온을 되찾았다고 한다. 지난 5월 퇴임 이후 사는 곳을 떠나 휴가에 나서자 욕설 시위도 중단된 것이다.

윤석열 현 대통령도 공교롭게 지난 1일 휴가를 떠났지만 ‘휴가 같지 않은 휴가’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지방 휴양지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자택에서 오랜만에 푹 쉬면서 정국 구상을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야당에서는 지지율 20%대의 대통령 휴가를 두고 “한가하다”고 하고, 여당 일부에서는 “서울에 있으면서 펠로시 의장을 왜 안 만나느냐”고 딴지를 건다. 유럽 정상들은 3주 동안 여름휴가를 보낸다는데, 닷새 휴가를 보내면서도 이쪽저쪽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한국 대통령의 현실이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의 평화를 위해 앞으로 자주 휴가를 가시라. 부산에 아파트도 한 채 세를 내 오며 가며 자주 들러야 동네가 덜 시끄러울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첫 휴가는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두 번째 휴가부터는 속 편히 다녀올 수 있도록 이번 휴가 끝나고 돌아오면 참신한 국정 쇄신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여름휴가도 이제 절정으로 치닫는 때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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