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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큰 잘못 없지만 국민을 불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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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52회 작성일 2022-07-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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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자 마지막 선거로
정상 오른 윤 대통령
정치 쉽게 보는 것 아닌지
큰 잘못 없으나
대통령답지 않은 어법과
부인 활동 문제로
더 이상 국정 동력 하락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조정실 직원으로부터 권투 글러브를 선물 받은 뒤 '규제 혁파'를 외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조정실 직원으로부터 권투 글러브를 선물 받은 뒤 '규제 혁파'를 외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사람은 교육으로 길러지고 정치인은 선거로 성숙된다고 한다. 이 칼럼에서 여러 번 썼지만 필자는 정치를 물리학만큼이나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어려운 정치를 사람들은 흔히 얕본다. 운 좋게 일이 잘 풀려 당선된 초선 의원은 정치를 우습게 여기곤 한다. 어느 당의 초선 의원 108명이 하도 사고를 쳐 ‘백팔번뇌’라고 불린 것은 이유가 있다. 초선 의원은 그러다 몇 번 큰코다치는 일을 당한 뒤 임기가 끝날 때쯤에야 자신의 정치에 대한 무지와 경솔을 후회한다. 한심하게 보이던 정치 선배들을 인정하게 되는 것도 그때쯤이라고 한다.

초선을 정치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선거’라는 무서운 관문이다. 선거는 정치인으로 하여금 대중(大衆)의 시선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정치인으로서 이 눈을 뜨지 못하면 표를 얻을 수 없다. 정치적인 눈을 가진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언제나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며 두려워하는 마음가짐, 몸가짐이 생활화돼 있다. 정치인이 대중의 뜻만 따르면 정치인과 대중이 함께 망하고, 정치인이 대중의 뜻을 거스르면 대중이 정치인을 망하게 만든다고 한다. 대중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순풍과 역풍을 다 맞아본 정치인은 자나 깨나 대중의 풍향과 파고를 살필 수밖에 없다.

군정 종식 이후 우리 대통령 전원이 선거 유경험자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모두 많건 적건 선거를 치렀던 사람들이다. 선거에 연속 당선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김대중, 노무현처럼 선거 패배를 달고 산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선거를 통해 대중의 정서를 알고 함께 호흡하는 나름의 행동 양식을 체질화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우리 대통령 역사에서 희귀한 존재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가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선거였다. 대통령으로서 지방선거를 치렀고 2024년 총선도 있지만 자신의 선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도 대선에서 많은 곡절을 겪었지만 선거 자체로만 보면 ‘초선’이다. 그것도 다음 선거가 없는 초선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당선이 갑자기 벌어진 ‘사건’ 같은 것이었다.

임기 초반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아직 ‘정치적인 눈’이 생기지 않은 것 같다. 정치를 가볍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치와 선거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윤 대통령처럼 매일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는 것이 큰 모험이란 것을 안다. 꼭 해야 한다면 사전에 준비할 것이다. 솔직한 것은 미덕이지만 감정이 드러나지 않고 진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매일의 이 모험을 즉흥적인 ‘개인기’로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치는 결코 그렇게 쉽지 않다. 대통령실에 이런 정치를 아는 사람도 너무 적다.

생업에 바쁜 대중은 국정의 구체적 사안들을 잘 모르지만 인사 등에 대해 대통령이 버티거나 오기와 역정을 부리는 것을 보면서 부정적 느낌을 쌓아간다. 정치 경험이 적으면 ‘내가 뭐 잘못했느냐’며 대중과 맞서고, 정치 경험이 많으면 대중의 생각에 자신을 맞춰 간다.

대통령 부인의 일정이 무계획적으로 방임된 것도 정치를 쉽게 본 것이다. 대중은 몇 번 좋아할 수 있어도 곧 고개를 돌린다. 지금 어려운 민생 문제와 대통령 부인의 활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를 누가 얘기하는 것조차 싫어한다는데, 대중의 시선을 두려워한다면 가족은 가장 먼저 단속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에겐 옹치라는 고향 지인이 있었다.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믿고 성(城)을 맡겼는데 배신하고 적의 편에 섰다. 유방은 중국을 평정한 뒤 이 옹치를 죽여 분풀이하지 않고 오히려 공적 서열 57위로 봉했다. 최고의 참모인 장량은 그 밑인 62위였다. 이 얘기를 전한 윤 정부의 한 인사는 “이 일로 유방은 대인(大人)이 됐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고 했다. 이것이 정치다. 윤 대통령은 옹치와 장량들을 어떻게 하고 있나.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다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의원은 윤 정부가 성공하기를 누구보다 바랄 사람이다. 그런 양 의원이 “국정 동력이 떨어지고, 미래로 가는 한국의 힘이 떨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윤 대통령 지지도 하락 원인이 ‘프로답지 못해서’라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큰 잘못을 했다기보다는 국민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 더 큰 것 같다.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다운 어법이 있는데, 그걸 자꾸 벗어나니 국민이 불안하고 불쾌하다.

대중은 정치 아마추어를 좋아한다. 윤 대통령은 그래서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대중은 일단 당선된 이후엔 정치를 프로처럼 하기를 원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정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대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다. 아마추어 당선자가 빨리 프로가 되지 못하면 곧 대중의 지지를 잃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를 경시하다 광우병 사태를 맞았던 전례를 기억해야 한다. 양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인생의 모든 목표를 다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열의를 잃은 아마추어 선수 같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경청했으면 한다.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7/21/XGQFXN3TYBEKZHQG54IHEQ47I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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