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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각자도생의 시대, 정치는 어데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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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31회 작성일 2022-06-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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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부산의 번화가인 광복로 거리. 오가는 사람이 준 데다 점포 곳곳에 임대 전단이 붙어 있다. 코로나19로 자영업 등이 무너지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급증한 게 최근 통계로 확인됐다. 정종회 기자 jjh@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부산의 번화가인 광복로 거리. 오가는 사람이 준 데다 점포 곳곳에 임대 전단이 붙어 있다. 코로나19로 자영업 등이 무너지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급증한 게 최근 통계로 확인됐다. 정종회 기자 jjh@

팬데믹이 끝나니 ‘퍼펙트 스톰’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이 2년 만에 출구를 알리는 빛을 보이자마자 이번엔 ‘경제 위기의 세계적 대유행’(Perfect Storm)이 들이닥친 것이다. 작은 태풍도 다른 기상 전선과 겹치면 유례없는 대형 폭풍이 된다는 기상 현상에서 나온 퍼펙트 스톰은 글로벌경제 복합위기를 뜻한다. 그 영향권에서 한국도, 부산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다.

감염병이나 경제난 등 부정적인 면에서 ‘세계는 하나’ ‘지구촌’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건 비호감이지만 세계는 이제 국경과 이념을 넘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보듯 지구촌은 진영을 나눠 분열하고 적대의 전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경제 위기와 분열은 각 나라 안의 경제난과 권력 지형의 변화를 부추긴다. 민생고가 심화하면서 정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 통과하니 퍼펙트 스톰

글로벌 복합위기 지구촌 강타

나라마다 권력 지형 변화 뚜렷

부산 영세민 30% 가까이 급증

정치는 민생 외면, 국민 신뢰 상실

당장 협치 나서고 민심 보듬어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진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야휴 뉴스 등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만약 오늘 또 다른 대선이 실시된다면 어떤 후보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참여자 42%는 바이든 대통령, 44%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평가(47.9%)가 긍정평가(47.6%)를 앞섰다는 여론조사가 22일 나왔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부산의 사정은 어떨까. 팬데믹과 퍼펙트 스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이 부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산의 기초생활수급자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 16만 7933명에서 2022년 4월 기준 21만 6129명으로 26개월 만에 28.7%라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소득 인정액이 중위소득 30~50%로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영세민을 일컫는다. 이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은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 네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이런 기초수급자가 팬데믹 동안 부산 전체 인구 334만 명 대비 6.5%로 2020년 1월 4.9% 대비 1.6%포인트 늘었는데, 증가 폭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전국 비율은 4.5%에서 5.5%로 1%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부산의 빈곤층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다. 정기 수입이 없는 일용직과 단기 일자리 노동자들이 팬데믹에 이어 퍼펙트 스톰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전망의 부재, 곧 생활고에서 벗어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전망이 무너지면서 어떻게든 지금 여기의 현실을 각자가 알아서 버텨 내야 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이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그렇다면 정치는 도대체 어데 쓰는 물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정치를 묻자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충분하게 하며,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중 무엇부터 포기해야 하나 되묻자 공자는 군대, 식량을 차례로 꼽은 뒤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했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민초는 비빌 언덕이 없게 된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원 구성 협상의 지지부진으로 한 달 가까이 문을 걸어 잠근 채 민생은 뒷전이다. 다음 달에 가야 국회가 문을 여나 싶지만 7월 초까지 외유를 계획한 국회의원이 298명 중 54명이나 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러고도 세비를 반납하지 않는다면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6·1 지방선거로 판 갈이를 한 지방정치도 7월 1일 새 출발을 예고하지만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의 명운이 걸린 메가시티 추진과 관련해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적이 우려스럽다. 심지어 김 울산시장 당선인은 “맑은 물 확보가 안 되면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내뱉어 대구·구미 등 낙동강 수계 지자체 간 약속이 무산될 판이다.

중앙과 지방의 정치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라도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약속한 ‘협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 초대받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야당과의 협치를 윤 대통령에게 집중적으로 요구했을까.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든다는 비판을 들어가면서까지 검찰과 경찰의 개편을 서두를 게 아니라 지금은 야당을 끌어안고 민심을 보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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