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이중근 경향신문 논설주간] 윤석열식 법치주의 > 임원칼럼

본문 바로가기

임원칼럼

[회원칼럼-이중근 경향신문 논설주간] 윤석열식 법치주의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022-06-22 09:23

본문

윤석열 대통령에게 법치주의는 집권 논리의 근간이다.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에 의해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야당의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총장직을 사퇴하는 날에도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외쳤다. 당선된 후에도 수시로 법치주의를 앞세운다. 윤 대통령에게 법치주의는 처음이자 끝이다.

이중근 논설주간

이중근 논설주간

법치는 법에 의한 통치(rule of law)를 뜻한다. 사람이나 폭력이 아닌 법 규정이 지배하는 국가원리이다. 그래서 진정한 법치라면 그 집행자가 아니라 행위의 원천인 규정과 시스템만 보여야 한다. 그리고 명확하게 제정된 법규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집행하는 사람이나 대상에 따라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최고권력자 자신도 똑같이 적용받아야 한다.

이 점에서 본다면, 지난 한 달간 윤 대통령이 보여준 법치주의와 그 저변에 깔린 의식은 위험하다. 먼저 인치(人治) 내지 ‘검치(檢治)’의 그림자가 너무나 짙다. 법보다는 윤석열과 한동훈, 그리고 검사들이 더 도드라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기용은 그 결정적 사례다. 윤석열 정부는 이 원장이 경제학을 전공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으며, 검사로 경제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하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그 설치 목적을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며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로 규정한다. 법치주의는 기관의 설치 목적에 부합하는 인물을 뽑는 것이다. 작금의 금융시장은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 전문가라 해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을 만큼 위기다.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이런 상황에서 검사는 최악의 선택이다. 윤 대통령은 만취운전 경력이 드러난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음주운전 그 자체만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술을 마신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은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결국 내가 하면 법치요, 남이 하면 독재라고 하는 식이다.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이 이러니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통해 행정독주를 획책하고, 경찰의 독립성을 해칠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부활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합법성은 물론 정당성까지 담보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식 법치에서 매번 등장하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선진국 중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한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냐”고 말했다. ‘거번먼트 어토니’는 변호사 자격을 가지면서 연방정부나 주정부, 시 등에서 법무를 맡는 사람이다. 검사는 물론 변호사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자기와 친한 검사와 수사관들을 중용하는 것을 여기에 빗대고 있다.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에 두면서 미국 제도와 비교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제도의 겉모습만 보면서 자기 편한 대로 법치주의를 마구 끌어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국정수행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기대한 게 있었다. 최소한의 법치주의 구현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를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했다.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장관을 줄줄이 임명했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해놓고 아예 청문회도 하지 않은 사람을 권력기관의 장으로 임명했다. 최소한의 절차적 법치주의마저 지키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법률가 집단에 대한 감정은 이중적이다. 엘리트라고는 생각하지만 공익의식을 갖춘 도덕적 존재로는 보지 않는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본·부·장(본인과 부인, 장모) 의혹’을 말끔히 걷어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결과가 자신의 법치주의에 대한 전폭적인 동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자의적으로 법치주의를 해석하고 시행하면 정치적으로 위험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윤석열식 법치주의에 대한 시민적 의구심이 50%를 넘지 못하는 국정 지지율과 어우러지면서 언제 부메랑이 되어 그를 향해 날아갈지 모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62건 1 페이지
임원칼럼 목록
제목
462
461
460
열람중
458
457
456
455
454
453
452
451
450
449
448
게시물 검색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311호   전화: 02-723-7443   팩스: 02-739-1985
Copyright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회원가입 로그인
회원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