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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200만원 약속 못 지키게 됐습니다” 尹 사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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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60회 작성일 2022-06-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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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월급 200만원보다
시급한 군 문제 너무 많아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때로 어떤 번복은
더 높은 신뢰를 얻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후보 시절 전방부대를 방문해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후보 시절 전방부대를 방문해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에게 할 일을 약속하고 뽑아달라고 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사람 같다. 그를 아는 분들 중에 “윤 대통령은 고집이 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약속에 대한 신념과 이런 고집이 만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은 지킨다’가 된다. 윤 대통령의 이 스타일이 드러난 첫 사례가 많은 반대와 우려에도 실행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일 것이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은 약속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이 의지는 윤 대통령만이 아니라 우리 정치 전체의 신뢰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선거전의 와중에 한 약속 중에는 무리한 것도 있을 수밖에 없다. 무리한 약속을 억지로 지키면 부작용이 더 커지게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그중 하나가 ‘병사 월급 200만원’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희생하는데 처우가 너무 낮다’는 문제 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동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적지 않다. 선거 뒤에 ‘2025년 실행’으로 조정됐지만 임기 5년만 따져도 10조원 가깝게 든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GDP의 2.8%로 미국 러시아 등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적정선을 넘는 군사비는 나라를 쇠퇴시킨다. 역사에 많은 사례가 있다. 국방비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면 최대한 절약하고 무엇보다 지혜롭게 써야 한다. 국방비 중 70%가 인건비 등 유지비인데 이를 더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재정 부담의 문제만이 아니다. 군의 핵심은 ‘사기’다. 돈 더 주면 싫어할 사람이 없겠지만 병사의 사기는 돈으로 살 수도, 만들 수도 없다. 징병제 병사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직업 군인과는 다르다. 병사의 사기는 지킬 가치 있는 것을 지킨다는 자부심, 그럴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과 전우애, 군에 대한 사회의 존중에서 나온다. ‘군의 사기 = 돈’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병사 월급 200만원’인 징병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지금 우리 병사들에겐 월급 200만원보다 시급한 일이 많이 있다. 최근 예비역 장군 한 분이 쓴 글을 보니 한국군 훈련을 참관한 미군들이 경악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훈련 중 부상, 전사 판정을 받은 군인에 대한 조치가 너무 부실해 없다시피 했고, 심지어 지혈 방법도 몰랐다는 것이다. 실전에서 부상자가 방치되면 그 군대의 사기는 붕괴된다. 현재 우리 병사들에겐 응급치료 키트가 보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북의 지뢰 도발 때 즉각적인 부상 치료를 하지 못했다.

한국군은 야간 작전인데도 야시경이 없어 손전등을 켜고 다녔다고 했다. 실전이었으면 모두 죽었을 것이다. 나침반도 부족해 부대가 길을 잃었다고 한다. 방탄조끼 무릎보호대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다. 야시경도, 조준경도, 야전용 장갑도 없는 부대가 많다. 방탄모는 우크라이나 군인만도 못하다. 통신은 현대전의 핵심이지만 우리 군 많은 부대가 카톡으로 한다. 있는 장비도 쓰지 않아 병사들이 다룰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거의 모든 병사가 실전형 사격 훈련을 한번도 하지 않고 전역한다.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데 ‘병사 월급 200만원’이 나왔다. ‘병사 월급 200만원’에 드는 돈이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병사의 진정한 사기를 올릴 것인지, 무엇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 군 인건비 문제 중에 진짜 심각한 영역은 병사가 아닌 부사관들이다. 육·해·공군 모두 전투력의 핵심은 부사관이다. 이지스함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들, 최첨단 전투기를 정비하고 무장을 장착하는 사람들, 실전 현장에서 부하를 이끌 사람들이 부사관이다. 군 원로 한 분은 자신의 전방 소대장 시절을 회고하며 “노련한 상사 한 분이 나를 업고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런데 부사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다. 병사 월급 200만원까지 되면 하사 초임보다 높은데 누가 부사관을 하겠나.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병사 월급 인상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병사 월급 200만원을 1년 줄 돈이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30대 이상 살 수 있다. 이 전투기는 40년 이상 우리를 지킬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과 이 숱한 문제들의 무게는 같다고 생각한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일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못함으로서 국민으로부터 더 높은 수준의 신뢰를 얻는 경우도 있다. 당장의 비난과 불만은 있겠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모두에게 이롭다면 ‘믿음을 주는 번복’이 된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을 경우엔 직접 국민 앞에 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슬그머니 없던 일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 앞에 서서 우리 군의 현실과 과제를 설명하고, 청년층에 사과하고 이해를 구했으면 한다. 그 모습 자체가 의미를 가질 것이다.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6/09/OHGU2NIAJFGDDMNHJALQPZYNZ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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