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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새 정부 가장 잘한 일, 5·18 갈등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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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6회 작성일 2022-05-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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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원 참석 5·18 행사
벽을 뚫고 나가는 기분
지역갈등 완화 출발점 되길
새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거의 매일 기자들 만나는 尹
한국 대통령제 바뀌는 느낌 


대선이 끝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정권이 교체된 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그 많은 일들 중에서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과감하게 청와대에서 나온 결단이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냉랭한 민심과 마주해야 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긴 했지만 일반 대중들이 이를 잘 알 수는 없었다. 광화문 정부청사가 아니라 갑자기 용산 국방부 청사로 결정되며 한때는 거의 ‘악재’가 됐다. 당시 새 대통령이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은 기현상도 잠시 벌어졌는데 이 영향이 컸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청와대’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익숙한 곳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제왕으로 변질시키는 곳이기도 했다. 일이 중요하지 장소가 중요하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청와대에 가보면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참모들과 500m나 떨어져서 그 넓은 본관에 대통령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기괴하다. 80평 침실이 뭔가. 보통 사람도 이 호화롭고 외딴 곳에 살면서 자기 하는 말을 남들이 어명처럼 받들면 저절로 제왕이 된다.

그래서 여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오겠다고 했지만 당선되고 나선 약속을 번복했다. 번복해도 큰 비난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번복하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정치인의 본분이고 존재 이유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하는 정치인이 너무나 많은 요즘,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이전 실천은 ‘결단’이라 불러 손색이 없다.

청와대가 개방돼 국민 누구나 갈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윤 대통령이 출근하면서 거의 매일 기자들과 문답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대통령제가 바뀌고 있다고 느낀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도 대중과 호흡하는데 한국 대통령이 구름 위에서 군림한다는 것은 한심한 구태였다. 이제는 청와대 이전에 대한 국민 여론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만이 할 수 있었던 이 일은 어쩌면 5년 임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잘한 일로 꼽힐 수도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하나 새 정부가 잘한 일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통령실, 내각, 여당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사건’을 꼽고 싶다. 사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통령실과 장관 전원, 거기에다 여당 국회의원까지 전부 단체로 참석할 줄은 몰랐다. 그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한국의 고질인 지역 갈등도 한 페이지를 넘어가느냐는 희망까지 가져 보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오랫동안 민감한 문제였다.

새 정부와 여당 전체가 참석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한 분은 “뭐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했다. 그런데 18일 저녁 뉴스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까지 본 그 분은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 말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새 정부가 뭔가 답답한 벽을 뚫고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느낌을 받은 국민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도 그중의 한 명이다.

지역 갈등의 폐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정치와 사회, 경제를 왜곡시키고 퇴행시키는 주범이 바로 지역 갈등이다. 비합리가 합리를 이기고, 틀린 것이 옳은 것을 이기고, 나쁜 것이 좋은 것을 이기고, 더 못한 것이 더 나은 것을 이기고, 과거가 미래를 이기게 만든 마법이 바로 지역 갈등이었다. 무엇이든 지역 갈등 구조 속으로 들어가면 왜곡됐다. 여야 모두 여기에 기생해 쉽게 국회의원이 된 뒤 이 지역 갈등을 이용했다.

필자가 아는 호남 출신 기업인 한 분은 상당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분은 “나는 문재인 정권이 하는 일에 찬성하지 않는 것이 많다. 어떤 경우는 분노가 치민다. 그런데 국민의힘과 같은 보수층이 5·18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것만은 안 된다”고 했다. 5·18이 우리 사회 민주화의 동력이 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많다. 이제 더 이상 이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종지부를 찍는 일을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호남 출신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5·18 진상은 나올 건 다 나왔다”고 했다. 지역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은 산사태처럼 올 수 있다.

‘청와대 이전’과 ‘5·18 갈등 종식’ 중에 그래도 하나만 꼽으라면 후자를 꼽겠다. 청와대 이전은 정부 운영의 문제이지만 5·18 갈등 종식은 국민 통합의 차원이다. 윤 대통령이 이 난제를 풀어 지역 갈등을 완화시켜 나간다면 최대 업적이 될 것으로 믿는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5/26/CJ6T377NQZHKLGGO5YWJ2GPIH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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