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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실장]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배워야 할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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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022-05-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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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반도체공장부터 달려간 바이든
‘세계 최초’ 비장의 카드 내보인 삼성
尹 안보·경제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반도체 대통령’ 기회 잡아야

천광암 논설실장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할 때 일본부터 가는 것은 관례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모두 그랬다. 그래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80세라는 나이와 장시간 비행 사실을 잊은 듯 공항에 내리기 무섭게 반도체공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무척 낯선 풍경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미국에서 보여 온 행보를 곰곰이 돌이켜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미국 대통령은 매해 연초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 참석해서 연두교서 연설을 한다. 올해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 명단에는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팻 겔싱어 CEO가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지으려는 첨단 반도체공장에 대해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연설 도중 겔싱어 CEO를 가리키며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초당적혁신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이 법안은 양원에서 각각 다른 명칭으로 통과된 뒤 현재 병합심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앞으로 5년간 반도체 관련 분야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반도체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거나 의회에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과의 안보·경제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반도체가 핵심 중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입에서 “반도체가 석유보다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인텔의 공장 예정지를 ‘꿈의 땅’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산업계에는 인텔의 꿈이 한낱 ‘꿈’으로 끝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인텔이 7나노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사이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5나노, 4나노를 넘어 이제 3나노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초(超)격차’가 놓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삼성 반도체에서 서명한 웨이퍼의 지름은 300mm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웨이퍼를 ‘서울∼부산 거리의 지름을 가진 웨이퍼’로 확대한다고 가정할 때 그 안에 있는 개미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다. 신기(神技)에 근접한 이 기술을 우리와 대만만 갖고 있다.

더구나 삼성이 두 정상에게 선보인 웨이퍼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3나노까지는 기존 기술로도 가능하지만 2나노 이하는 GAA 없이는 못 나간다. TSMC는 3나노는 기존 기술로 가고, 차세대인 2나노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비메모리 분야에서 TSMC에 밀리기만 해온 삼성으로서는 모처럼 역전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는 웨이퍼에서만 승부가 나는 산업이 아니다. 패키징 등 부가기술, 마케팅력, 소재·장비 등 연관 산업, 용지·용수·전력·세제 환경, 전문 인력 양성 및 공급 능력 등 사실상 한 나라의 총체적 역량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 삼성과 TSMC, 고수끼리의 승부에서는 기술력보다 나머지 변수가 더 크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이런 사실을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4월 ‘반도체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웨이퍼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불현듯 깨달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나서서 “반도체 강국을 위해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여당은 특위까지 만들어 반도체특별법을 제정한다며 뒤늦은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올 1월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여야 의원들과 정부 부처 관료 등 강고한 ‘규제 기득권 세력’의 손을 타면서 누더기가 된 조문들로 채워져 있다. ‘대기업 특혜 불가론’ ‘지방 균형 발전론’ 등으로 포장된 규제 논리를 앞세워 마구 칼질을 해댄 결과였다. 껍데기만 남은 지원법으로 미국 중국 일본 대만이 사활을 걸고 덤비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최종 승리하겠다는 것은 몽상일 뿐이다.

‘쭉정이 특별법’은 없느니만 못하다. 백지 상태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 또 한번 ‘누더기 입법 공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이 디테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야 한다. ‘반도체 대통령’이라는 소명감이 필요하다. 국회가 장애물이 되면 수십 번이라도 설득하고 호소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좋은 모델이다. 바이든에게는 없는 ‘신기(神技)’를 썩혀선 안 된다. 


원문보기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522/1135577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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