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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실장] 인천 간 이재명, 부산 간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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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022-05-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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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길 따랐다고 말했던 이재명,
‘방탄용 배지’ 얻으려 쉬운 길 선택
大義 위해 ‘자갈밭’ 택한 노무현과 대비
성찰 생략한 速成복귀도 소탐대실


천광암 논설실장 


“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젊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코앞에 이 말을 했을 때부터, 그의 복귀는 확정적으로 예견됐던 일이다. 다만 3월 10일 새벽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패배를 승복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유권자들로서는 빨라도 너무 빠른 그의 복귀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일 것이다. “대선 패배에 대해 성찰하고, 그것을 계기로 좀 더 성숙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58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다른 곳도 아닌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지경이다.

14대 대선에서 YS에게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DJ는 2년 7개월이 지난 뒤에야 정치무대에 공식 복귀했다. 15대, 16대 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한 이회창 후보가 정치 전면에 다시 나서기까지는 각각 8개월과 4년 11개월이 걸렸다. 18대 대선의 패자인 문재인 후보도 2년이 넘는 긴 잠행 기간을 가졌다.

물론 이 고문 동렬의 ‘초고속 복귀’가 없진 않았다. 17대 대선의 패자인 정동영 후보는 대선 후 3개월 만에 총선에 출마했다. 19대 대선의 패자인 홍준표 후보는 41일 만에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그로부터 13일 뒤에 대표로 선출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정 후보는 그해 총선에서 낙선해 체면을 구겼고, 홍 후보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0선’인 윤석열 후보에게 쓴잔을 마셨다. 당장은 속성 복귀의 실리가 커 보이겠지만 긴 안목에서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결과는 이 고문 자신의 몫일 테니 복귀 타이밍은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0.73%포인트, 지근거리까지 대권에 다가갔던 유력 주자의 행보치고는 너무 구차하고 옹색한 복귀 명분과 ‘가오’다. 이 고문에게는 자신을 대권후보로 키워준 정치적 터전인 성남 분당갑이라는, 그다지 명분이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있다. 그런데도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을 택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5선을 할 정도로 잘 닦아놓은 ‘문전옥답’이라는 정치공학의 작동 외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사정기관의 수사에 대한 ‘방탄용 배지’를 손에 넣기 위해 쉬운 길을 택해 정치 재개의 노정에 올랐다는 사실은 앞으로 그의 정치행로에 훈장일까, 주홍글씨일까.

이 고문은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작년 8월 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찍은 대담 영상에서 “제가 정치를 하게 만든 분이 사실은 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두 달 뒤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을 때는 방명록에 “대통령님께서 열어주신 길을 따라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길을 따라서 끝까지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고문의 선택은 ‘노 전 대통령의 그 길’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였던 노 전 대통령이 대권 도전에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 2000년 4월의 16대 총선이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 종로라는 ‘좋은 밭’을 굳이 마다하고 ‘자갈밭’이나 다름없는 부산 북-강서을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 잘 나와 있다.

“정치 1번지라는 종로에서 당선된 명예로운 국회의원이면서도 내심 몹시 불편했다. 부산에서 도망쳐 나와 안락한 곳에 피신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자책감이 들었다.”

“‘동서 통합을 위해서 부산으로 갑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내심 ‘이익을 위한 정치’와는 다른 ‘희생의 정치’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경에도 경기도지사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1위를 했었다. 하지만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마다하고, ‘험지’인 부산을 택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연고 있는 분당갑을 마다하고 연고 없는 계양을을 선택한 이 고문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앞서 이 고문과 대담 영상을 찍은 적이 있는 박 전 장관은 계양을 출마가 공표된 7일 페이스북에 ‘정치는 명분일까 실리일까’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민화에 나오는 고양이 탈을 쓴 호랑이보다 단원 김홍도의 기백이 넘치는 호랑이를 너무나 당연시했나 보다. 이 혼란의 시대에 김홍도의 호랑이를 닮은 ‘이 시대의 노무현’은 찾기 힘든 모양이다.”

인천으로 간 이재명과 부산으로 간 노무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원문보기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509/1132876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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