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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정당 없는 지방선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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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9회 작성일 2022-05-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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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6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밭에 조성된 기표 모양 꽃길에서 부산시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6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밭에 조성된 기표 모양 꽃길에서 부산시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시내는 지방선거전이 한창이지만 TV는 온종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출퇴근길 교차로와 건널목에서는 지방선거 후보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는 그냥 지나가기가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즈음이다. 종편 방송을 비롯하여 언론은 딴판이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여야 대치를 시시각각 생중계하거나 대서특필한다. 거리 유세와 검수완박 정국 중 어느 쪽이 지방선거 표심에 더 영향력을 행사할까.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제가 30주년을 넘겨 오는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라도 제대로 된 지방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유권자로서는 실로 난감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다지도 중요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웬 소동이냐며 중앙정치판을 나무랄 수도 없다. 국회에서는 국회의 일을 하고, 선거 시즌을 맞은 지방정치판은 자기 일을 알아서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뒷맛이 영 씁쓸하다.

‘검수완박’에 가린 6·1 지방선거 

중앙정치판이 이슈 싹쓸이

‘지방 없는 지방선거’ 재현되나

‘정당보다는 인물’ 변화 조짐

특정 정당 독식 구조 깨질까 관심

중앙 예속 벗어나야 자치 ‘활짝’


지방선거를 위한 판이나 제대로 깔아 준 뒤라면 여야가 정국 주도권 싸움으로 날밤을 새우든 말든 상관없다. 시한을 넘기고도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계속 미룬 것은 국회의 직무 유기다. 그 바람에 27일에서야 부산시의회가 ‘부산시 자치구·군의회의 의원 정수와 자치구·군의원 지역선거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방선거 딱 35일 전이다. 기대를 모았던 중대선거구제 확대도 사실상 무산됐다. 시기와 내용 모두 기가 찰 노릇이다.

지방정치판이 중앙정치의 축소판이라는 사실은 이번 부산시의회의 선거구 획정안 통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부산시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에는 관심도 없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시의회는 부산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0곳으로 제안한 4인 선거구를 1곳으로 축소하고, 9곳은 2인 선거구로 쪼갰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정치개혁의 대상이라는 게 진보 정당의 입장이다.

이쯤 되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하향식 민주주의에 가깝다. 부산시의회는 의원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시에만 충실했다. 예나 지금이나 중앙정치는 지방정치를 정권 쟁취를 위한 장기판의 졸로 여길 뿐이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거대 양당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지방정치판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대 양당은 권력에 관한 한 초록은 동색이었다.

되돌아보면 지방선거판은 지역에서의 정당 부침에 따라 크게 출렁거렸다. 2014년 지방선거까지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부산시, 시의회, 기초자치단체장을 독식했다. 2018년에는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지방권력의 쏠림 현상이 심각했지만 어느 쪽도 중앙정치로부터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자치제 부활 30년을 넘기고도 여전히 지자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정치구조 탓이다.

‘정당 없는 지방선거’라면 지방자치제를 앞당길 수 있을까. ‘정당 없는 정치’라는 말만큼이나 현실성이 없는 우문이지만 대안 없이 그 나물에 그 밥인 거대 양당 중심의 지방선거판이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소수정당의 진입을 아예 차단하는 양당의 ‘밀당’에서 한국 정치는 물론이고 지방정치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대선 전에는 정치개혁을 외치던 민주당이 선거가 끝나자 양당 구도의 기득권으로 돌아가는 게 현실이다.

정치의 주인이 유권자라면 정당 없는 지방선거가 가능하다. 정당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정당을 무력화하거나 무시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런 기미가 느껴진다. 뉴스토마토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5~6일 ‘6월 지방선거 투표 기준’을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소속 정당’이라고 답한 부울경 응답자는 23.3%에 그쳤다. 대신 ‘정책’(26.2%), ‘인물’(21.3%), ‘능력’(15.4%)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장의 분위기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 이후 6·1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낙승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개인기를 앞세운 민주당 후보들의 약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부산에서 불던 특정 정당 독식 구도가 이번에는 깨질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지방선거가 부산의 정치 변화를 가늠할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의 적은 늘 중앙권력이었다. 지방권력의 약화가 곧 중앙권력의 강화를 뜻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중앙정치의 뿌리 깊은 예속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지방선거만이라도 정당을 보지 않고 인물을 보고, 정책을 보고 투표할 수는 없을까. 정당마다 이쪽저쪽 진영을 갈라 패싸움을 붙이는 정치판이 이제 지겹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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