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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역대 최악의 새 정부 출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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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2회 작성일 2022-03-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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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비호감 대선이
당선인에 냉랭한 분위기로
왜 그럴까 야속해 말고
진심으로 겸허·자중하면
찬 바람 도는 출발이
결과적으로 약(藥) 될 것 


보통 70%가 넘던 새 정부 초기 지지율이 50%를 밑돌고 있다. 대선 득표율 차이가 작아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게 큰 표 차로 이기지 못했지만 초기 지지율이 이렇게 낮지는 않았다. 대선이 끝난 직후 당선인에 대한 지지엔 ‘거품’이 끼기 마련이다. 당선인을 찍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새 대통령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심리를 갖게 된다. 좀 과하게 말하면 ‘환상’이다. 70%를 넘는 초기 지지율에 낀 거품은 빠르면 몇 달, 길어도 1년 이내에 꺼지지만 여러 가지로 서툴고 매끄럽지 못한 새 정부를 받쳐주는 기반이 된다. 윤석열 정부엔 이 ‘좋은 거품’이 없다. 윤 당선인을 찍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이 ‘기대’ 없이 냉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 현판식 열고 공식 출범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윤 당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인수위 현판식 열고 공식 출범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윤 당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가장 큰 이유는 이번 대선이 유례 없는 비호감 대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이 좋아서 찍은 사람도 많겠지만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이 싫어서 찍은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그 반대로 윤석열이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이재명을 찍은 사람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투표 직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 5% 포인트 이상 앞섰는데 막상 투표함을 여니 0.7% 차이였다.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답은 차마 못했지만 투표소에 들어가선 이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이들의 투표는 ‘반(反)윤석열’에 가깝다. 이런 사람들이 선거 끝났다고 윤 당선인에 대해 하루아침에 ‘잘 한다’고 기대를 걸 수는 없다.

새 정부가 172석 거대 야당의 벽을 넘으려면 국민 지지가 필수적인데 초기 지지율이 50%에 못 미친다는 것은 빈손으로 싸움터에 나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취임 두 달도 안 돼 또 전국 선거가 있다. 지금 상황이면 선거 전망도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민주당은 곧 있을 총리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새 정부를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가려 벼를 것이다. 전 정권이 빚을 폭증시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데 세계 경제까지 불확실하다. 김정은 도발 사이클도 막 시작될 시점이다. 역대 새 정부 출발 여건으로는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이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찬 바람이 도는 이 출발이 결과적으로 약(藥)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당선인에 대해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지 그 이유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과감하게 수용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대선 과정을 통해 윤 당선인은 좋은 인상 못지않게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강하다’ ‘고집이 세다’ ‘겸손하지 않다’는 등의 이미지도 얻게 됐다. 가족 문제도 여전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런 세간의 인식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새 정부를 둘러싼 냉랭한 분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바뀔 수 있다.

20~30년 집권한다던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이유는 많겠지만 2년 전 총선에서 승리한 것이 독(毒)이 된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민주당은 전국 득표율에서 8.4%포인트 앞섰지만 소선거구제 특성상 지역구 의석수는 국민의힘보다 거의 두 배가 많았다. 민주당은 ‘8.4%’를 생각하지 않고 ‘두 배’만 보았다. 국민의힘보다 8.4% 많은 힘을 쓰지 않고 10배, 100배 많은 힘을 휘둘렀다. 국민은 이를 지켜보았고 다음 선거에서 심판했다.

윤 당선인은 0.7%를 앞섰다. 대통령제는 0.01%를 이겨도 대통령 권한을 독점한다. 윤 당선인이 0.7%를 의식하며 국정을 펴나갈지, 독점적 권한을 행사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0.7% 이겨놓고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고 느끼고 있다. 대통령실 국방부 이전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윤 당선인은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한다고 공약했는데 갑자기 바뀌었다. 필자는 청와대 이전에 찬성하지만 ‘국방부’ 뉴스를 접하고선 기사를 잘못 본 줄 알았다.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끝내는 상징적 조치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인데 그 과정이 ‘제왕적’이라고 느끼는 국민이 있으면 안 된다.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앞으로 윤 당선인에게 가장 위험한 이미지가 될 것이다.

윤 당선인이 물려받는 전 정권 유산 중에는 탈원전처럼 반드시 바꿔야 하는 것과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것들이 혼재돼 있다. ‘반드시 바꿔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국민의 공감대가 있다. 과욕으로 그 공감대를 넘어서면 역대 최악의 여건 속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가 감당하기 쉽지 않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적 모습도 있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직접 브리핑하는 장면은 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드는 풍토가 마침내 끝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주었다. 민심의 바람은 변화무쌍해서 내일을 알기 힘들다. 그러나 겸허하고 자중하는 쪽에 역풍이 분 적은 없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3/31/74Q7TTTSQFBI3D4CCHRCQQH7L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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