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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시대 뒤처진 ‘꼰대 진보’의 헛발질 선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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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2회 작성일 2022-02-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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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검지 펴면 신천지…
윤석열 엮으려 황당 의혹
어퍼컷, AI 비판하다 흉내
정치권 젊은 피였던 86세대
20년째 혁신 없이 기득권화
이준석 新보수와 대비돼 


[이재명 후보 발차기와 윤석열 후보 어퍼컷] 2022년 2월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주 전북대 유세에서 하이킥 세리머니와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의 2월 15일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 /뉴스1·남강호 기자 

[이재명 후보 발차기와 윤석열 후보 어퍼컷] 2022년 2월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주 전북대 유세에서 하이킥 세리머니와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의 2월 15일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 /뉴스1·남강호 기자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다 ‘헉’ 소리와 함께 두 눈을 가린다. 못 볼 것을 봤다는 거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만희 신천지 교주의 사진이 나란히 클로즈업된다. 두 사람의 밀회 현장을 암시한다. 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슈퍼’에 올라있는 62초 영상이다.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라는 배경 음악과 함께 ‘너무나 만희 사랑한 죄’라는 자막이 깔린다. 아재 개그 수준의 말장난이다. 그런데도 진영 내에선 “추미애에게 연기 대상을 줘야 한다”고 추켜올리며 감탄한다.

요즘 이재명 캠프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신천지 이만희씨를 한 몸으로 엮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민정 의원은 두 사람이 엄지와 검지를 펼쳐 알파벳 L자를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며 ‘유레카’(찾았다)를 외친다. 윤 후보와 이 교주 사이에 통하는 비밀 신호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검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드는 것과 확연히 구분된다는 거다.

손가락 꼽는 방식으로 신천지를 감별한다는 발상이다. “발가락 모양을 보니 내 아들”이라는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가 떠오른다. 고민정 작가의 ‘손가락이 닮았다’는 윤석열 신천지 유착 고발극이다. 그러나 네티즌 수사대가 활약하면서 장르가 바뀐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후보, 급기야 고민정 의원 자신의 신천지표 L자 손가락 사진까지 나왔다. 완전히 코미디다. 엄지, 검지 L자 손가락으로 유럽 사람들은 숫자 2, 중국인들은 숫자 8을 표시한다. 유럽과 중국에 가면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신천지 신호를 주고받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당 사람들은 2020년 3월 코로나 1차 확산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무속인 건진 법사의 조언에 따라 신천지 압수수색을 막았다고 주장한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공권력을 피해 신천지 신자가 숨어 버리면 방역이 어려워진다”며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대했다. 인터넷만 두들겨 보면 1분 만에 검색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의혹으로 선거판을 뒤집어 보려는 사람들은 방해되는 팩트는 등 뒤에 감추고 국민을 속이려 한다. 1년 전 서울 보궐선거 때 오세훈 생태탕 의혹으로 분탕질 치던 모습 그대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곳이 선거판이다. 부러워서 따라 하면 낙제점이다. 윤석열 후보가 부산 젊음의 거리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어퍼컷 퍼포먼스를 하자 민주당 사람들은 “폭력적” “정치 보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꼭 나흘 만에 이재명 후보는 하이킥 퍼포먼스를 했고, 그다음 날엔 태권도복까지 입고 송판 격파 시범을 보였다. AI 윤석열이 1월 초 본격 가동되자 민주당은 “디지털 독재 예고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짧고 명쾌한 메시지가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자 한 달 넘게 지나서 AI 이재명이 등장했다.

상대방 이슈를 쫓아다니는 것도 선거판 금기 사항이다. 손 따라 두면 진다는 바둑 격언과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후보가 “6대 도시 중에 왜 광주에만 복합 쇼핑몰이 없냐”고 하자 진보 진영은 “극우 포퓰리즘” “광주에는 5일장이 3개나 있다”며 벌 떼같이 공격했다. 그러다 광주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쇼핑몰 유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상대방 운동장에 뛰어들어가 센터링만 날려준 격이 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보수, 진보는 10년 단위로 승패를 주고받으며 팽팽한 승률을 기록해 왔다. 다만 선거 기술만큼은 늘 진보가 압도해 왔다. 느리고 굼뜬 보수는 뒤따라가기 바빴다. 이번 대선은 정반대 양상이다. 양대 진영이 맞선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선거전은 보수가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주역은 60년대에 태어난 80년대 학번을 일컫는 ‘86세대’다. 2000년 총선을 전후해서 30대 젊은 피로 정치권에 진입했다. 그들을 선배로 모시는 90년대 학번, 지금의 40대를 이끌며 진보를 대표해 왔다. 한때 한국 정치판을 뒤엎은 혁신 세력이었지만 20년째 똑같은 물건을 시장에 내다 파는 기득권 세력이 돼버렸다. 보수 정당에 이준석이라는 신(新)병기가 등장하자 이들의 시대에 뒤처진 꼰대 모습이 적나라하게 부각되고 있다.

386세대라는 용어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게 90년대 후반이다. 그전까지 386은 586 펜티업급보다 두 세대 철 지난 PC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민주당 86세대는 20년 전 구시대를 상징하는 낡은 정치 세력으로 비치고 있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2/24/5TYCZFHR4VGBJNQFAUWQI473U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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