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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이중근 경향신문 논설주간] 최악의 대선에서 차악의 기준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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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8회 작성일 2022-02-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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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0일 자정을 넘어선 어느 시점, 누군가는 대선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그리고 외칠 것이다. “통합의 정치를 통해 국가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그러나 당선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외침은 이미 공허해진다. 그 말을 믿을 시민이 절반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갈등과 투쟁의 시간은 시작된다. 승리한 쪽은 통합 약속을 저만치 뒤로 미뤄놓을 것이다. 승리의 전리품을 넘길 생각은 꿈도 꾸지 않을 것이다. 혹여 당선자 측이 통합을 말해도 실행 가능성은 없다. 통합은 그 필요성을 뼛속까지 절감하고 실행 의지를 다지고, 실행 계획까지 세워도 쉽지 않다. 하물며 입에 발린 말로 하루아침에 약속한다고 될 일인가.

이중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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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정확히 14일 앞둔 오늘, 유권자 대부분은 지지 후보를 이미 정했다. TV토론을 하든 대장동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든, 이들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과는 아예 말조차 붙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의 키를 쥔 사람들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갖고 있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주인공이 이런 사람들이라고 나는 믿는다.

주변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유권자들이 먼저 떠올리는 선택은 무효 또는 기권인 듯하다. 소극적으로나마 현 상황에 저항하고 싶은 것이다. 5년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당선될 때, 기권표가 25.4%였다. 투표장에 나가 무효표를 던진 사람은 11.5%에 달했다. 10명 중 한 명이 투표장에서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위한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와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과반을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결선투표를 하는 프랑스와 달리 우리는 한 번 기권표나 무효표를 던지면 끝이다. 분풀이는 될지언정 무의미하다. 오히려 최악의 후보에게 국정을 맡기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남은 방법은 최악을 피하는 것이다. 흔쾌하진 않지만 최악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댄 고육지책이다. 그렇다면 최악은 무엇이고, 차악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최악은 권력의 독식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나는 본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진영 대결을 줄이면서 정치교체를 실현하고, 대전환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단순히 정권의 교체를 넘어선 한 단계 진전된 정치가 절실하다. 그리고 정치교체의 핵심은 독식 체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이홍구·최장집·박명림 등 존경받는 사회 원로와 학자들이 권력 독점을 가능케 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를 역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정치권력의 독점을 가능케 하는 핵심 구조는 소선거구제이다. 단순다수제 승자에게 모든 것을 독식하게 하는 이 선거구제를 통해 거대정당은 권력을 농단하고 있다. 우리는 이 독식구조를 개선하라는 시민의 요구가 어떻게 좌절되는지 지난 총선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국민의힘 쪽이 먼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민주당도 고민하는 척하다 결국 뒤를 쫓았다. 그때 시민의 요구를 유린한 것이 지금 민주당 위기의 근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독식의 구조는 비단 중앙정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중앙보다 더 철저히 독식구조에 잠식되어 있는 것이 지방의회이다. 2인 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만 독식한다. 4인 선거구를 만들어 여러 의견이 골고루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광주를 제외한 광역시 이상 도시에는 4인 선거구가 하나도 없다.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구 획정위에서 4인 선거구를 다수 만들라고 했음에도 지방 정치권이 이를 무산시켰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한 개선을 외면하고 있다. 선거 6개월 전까지 정하도록 한 선거구 획정도 못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번 대선에서 지방의회 독식 해소를 아예 공약하지 않은 후보와 당이 있다.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긴 뒤 똑같은 방식으로 독점의 지위를 즐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나 저 후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은 차악을 선택하는 길이 아니다. 비록 다 함께 죄는 지었어도 더 큰 죄를 범한 자는 있게 마련이다. 반성하지 않는 자가 큰 죄인이다. 대선 후 할 일도 자명하다. 독식 타파를 위한 개헌과 대선 결선투표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누구를 찍으면 누가 된다”거나 “누구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압박감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단일화 논의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누가 독식 철폐를 선언하고 통합을 약속하는지, 또 누가 더 진실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는지, 어느 세력이 정치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따져야 한다. 남은 두 주 동안 중도층 유권자가 할 일이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22303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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