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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대선 후보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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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83회 작성일 2022-02-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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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들 원혼 달래주는 제사장이 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어루만질 때
국가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국민통합 이뤄"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전몰장병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책무에 대해 정곡을 찔렀다. 그는 기원전 430여년으로 추정되는 어느 장례식에서 아테네의 관습에 따라 추모 연설을 맡았다. 그리고 전사자와 그 유족들을 어떻게 예우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지적했다. 우선, 전몰장병은 국가의 최고 예우를 받아 마땅하며 그들이 보여준 덕행과 희생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전몰자들과 그 유족에 대해서는 그들의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모든 양육비를 국고로 지원할 것을 페리클레스는 약속했다. 오늘날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국가유공자들에게 이 정도의 예우를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묘지를 정성스럽게 조성해 그들의 혼을 기린다. 미국에선 공항 대합실 같은 공공장소에서 생면부지의 군인들에게 박수를 치고, 자리를 양보하며, 돈을 대신 내주는 일도 허다하다.

세계 어디선가에서 항상 전쟁 중인 ‘전쟁 국가'로서 군인 우대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복 입은 군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희생에 국가적 조의를 표하는 데는 안보와 치안 유지 차원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 그것은 국가 공동체 속의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접착제 역할이다.

적(敵)과 휴전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국가유공자들의 예우가 대형 재난 희생자들에 비해 빈약했다는 지적에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일은 대한민국이 영원히 실천할 국가적 책무다. 만시지탄이지만 강원도와 국가보훈처가 올 1월20일 ‘강원권 국립묘지 조성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강원도 국가유공자들의 오랜 숙원이 이뤄져 도에도 2028년까지 2만기 규모의 국립묘지가 들어서게 된다. 전국적으로 모두 12개의 국립묘지가 운영되고 있지만 도내에만 국립묘지가 조성돼 있지 않아 지난 10년간 도내 안장 대상 사망자의 절반 이상(57%)이 타 시·도 국립묘지에 모셔지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 것인가. 이러면서 애국을 말할 수 있고, 국민에게 나라를 위해 일당백을 하라고 요구할 수 있나.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후보자는 물론이고 정치권 모두가 애국자가 된 느낌이다. 대거 현충원을 찾아 호국을 위한 결기를 다짐한다. 과거의 호국은 물리적 침략에 생명을 바치는 고귀한 희생이었다.

지금 우리 시대의 호국은 대한민국을 좀 더 잘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이 뛰어든 경제 전쟁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자면 애국 정치인은 당장 유리한 국민을 유혹하는 선심 공약을 버리고 실현 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정치인에겐 자기 정치 생명이 끊길 수도 있는 험난한 길이다. 호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호국 영령들은 자신의 생명을 주저 없이 내어놓았다. 이제 그들이 대한민국의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있다. ‘그대들은 새 시대 호국의 길에서 정치생명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었는가.' 인간은 본능적으로 총성이나 포성이 울리면 반대편으로 몸을 피하기 마련이다. 대통령을 지키는 청와대 경호원들은 이런 훈련부터 한다. 총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몸을 날리는 조건반사 훈련이다. 동물적 감각은 노력 없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경호원은 피나는 훈련으로 대통령을 지킨다. 대통령이란 이런 존재다. 대통령이 국가유공자들의 원혼을 달래주는 제사장이 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어루만질 때 국가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외부의 위협 앞에서 똘똘 뭉쳐 나라를 지키는 자발적 애국심도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그 대통령을 뽑는 날이 14일 남았다. 오늘도 묵묵히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들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는 대통령은 누군가. 


원문보기 http://www.kwnews.co.kr/nview.asp?aid=2220222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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