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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이재명·윤석열도 이대로는 국가 리스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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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6회 작성일 2021-12-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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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은 여러 가지로 닮았다. 한국은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을, 독일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었다. 둘 다 분단국가의 악조건을 이겨냈다. 유럽을 초토화시킨 전범(戰犯) 국가 독일은 유럽연합(EU)의 맹주(盟主)가 됐다.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된 한국은 전세계 개발도상국의 롤 모델이다. 국민의 무한한 에너지를 이끌어낸 탁월한 정치지도자의 존재가 기적의 비결이다.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데나워부터 메르켈까지 퇴임 총리 8명 중 7명이 시대정신에 부합한 소신과 비전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이 존경하는 위대한 독일인이 됐다(김황식 전 총리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1』). 한국에는 좌우 대립의 혼돈 속에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한·미 동맹을 이끌어낸 이승만,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를 일으킨 박정희, 탈냉전의 북방정책으로 한국 외교의 르네상스와 남북 화해의 시대를 연 노태우, 독재정권과 목숨 걸고 싸워 민주화를 쟁취하고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을 단행한 김영삼, 외환위기로 망할 뻔한 나라를 살리고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한 김대중이 있었다.

독일 역대 총리 손잡고 통일·통합
이승만~김대중까지는 난제 해결
이후 반대세력 정죄, 분열의 정치
‘사격 중단!’ 선언 … 경쟁적 협력을

이들은 치열한 역사의식으로 각자의 시대가 제기한 난제(難題)를 회피하지 않았다. 모순적인 현실에 언제나 두 발을 단단히 디딘 리얼리스트였고, 시대를 뛰어넘는 전환적 결단을 내릴 줄 알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연 초인(超人)이었다.

이후의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굵직한 업적도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상징’이라는 대통령직(presidency)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갈등과 부작용을 만들었다. 보수·진보의 갈등도 모자라 친이·친박, 친노·반노, 친문·반문이라는 시대착오적 인물 중심의 진영 프레임이 일상화됐다. 국가원수가 정치적 반대세력을 정죄(定罪)하느라 경청과 포용의 자세를 내려놓은 무책임의 결과다.

퇴임 후의 추락은 비극적 업보(業報)였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 전 대통령과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고도 ‘포위된 요새론’에 포획됐다. ‘적폐청산’으로 포장된 증오와 분열의 정치는 퇴임 후 독(毒)이 될 것이다. 이들이 소통과 통합에 성공했더라면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력, 5위의 기술력, 6위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독일’이 돼 있었을 것이다.

차기 대통령직을 놓고 경쟁하는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자질·도덕성·언행은 국민 눈높이에 미달한다. 비호감이 호감보다 훨씬 높다. 정권교체론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윤 후보는 지지율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다수는 믿지 못한다.

윤 후보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다. 자신이 구속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됐다.  본인의 실언(失言)은 반복되고 있다.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과 장모의 비리 혐의, 마지못해 한 사과로 출마 명분인 ‘공정’에 금이 갔다. 고정 지지층까지 흔들리자 부인 김건희씨가 어제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사죄했다. 공룡 선대위는 자리싸움으로 내전 상태다. 후보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 후보도 위기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공포영화의 주인공처럼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다. 이들 중 한 사람과는 해외여행을 함께 가고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상식적이지 않다. 아들의 도박과 성매매 의혹도 부담이다. 표가 된다면 정책과 공약을 수시로 바꾼다. 유연함이라고 포장하지만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후보는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대신 그저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는 손쉬운 공격과 방어에 치중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비전도, 소신도 불분명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분열된 상태로는 전진할 수 없다. 내면의 양심과 역사의 엄중한 요구에 귀를 열 때다. 그래야 상대의 지혜를 경청하는 경쟁적 협력관계를 가질 수 있다.

독일의 통합과 통일은 지도자 간 초당적 협력의 산물이었다. 사민당 최초의 총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기민당 콜이 승계해 통일을 이뤄냈다. 중도좌파인 슈뢰더가 지지층 이탈을 겪고 정권까지 내주면서 추진한 노동·사회 개혁은 보수인 메르켈이 집권하면서 이어받아 완성했다. 메르켈은 2005년 취임사에서 슈뢰더에게 “새 시대를 향한 문을 열게 해주었다”고 감사했다. 독일은 좌우합작으로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성장엔진”이 됐다. 이달 초 퇴임한 메르켈의 지지율은 80%였고, 국민은 벌써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대통령이 최악의 국가 리스크가 된 한국과는 너무도 다르다.

한국은 거인(巨人)  대통령의 퇴장 이후 싸움에 능한 난쟁이들이 사소한 차이를 이유로 서로를 공격하면서 분열의 길을 걸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달라야 한다. 즉시 “사격 중단!(Cease fire!)”을 선언해야 한다. 침몰하는 한국을 살리려면 스스로 거인이 돼 통합과 포용을 실천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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