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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백기철 한겨레 편집인] 이재명·윤석열 후보, 책임총리제부터 약속하라

작성일 21-12-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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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가 책임총리제를 대선 전 공통 공약으로 내놓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네거티브에 신물 난 국민에게 합리적 리더십의 단초라도 제시해야 한다. 책임총리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40% 정권’이 독선독주하며 나라를 궤도이탈로 몰고 갈 위험성을 줄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백기철 한겨레 편집인

최근 몇몇 대선 캠프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김성식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며칠간 이 캠프 저 캠프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 답은 한결같다. 실패하더라도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을 깨뜨리고 다당제와 연합정치로 혁신해야 한다는 기약을 간직하며 살고 싶다. 앞으로는 전화가 오지 않을 것 같다.”


김 전 의원은 양당 대선 캠프에 고언도 쏟아냈다. “겉과 속이 다른 원팀, 일시적 효과뿐인 영입, 상투적으로 재연될 단일화 등 뻔한 기획을 넘어서 보라. 국민들 마음이 무엇 때문에 굳게 닫혀 있는지 성찰부터 해야 한다. 나아가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정책연합이든 ‘유능한 국민통합정부’ ‘문제 해결의 연합정치’ 구상을 가다듬어 보라”고 했다. 재탕, 삼탕의 대선 캠페인 말고 일이 되게 하는 유능한 통합정부 구상을 주문한 것이다.


대선판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이 말이 틀린 게 별로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 관련 의혹이 쏟아지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아들 의혹이 불거지고 이제는 다른 의혹들까지 또 제기될 모양새다. 겉으론 네거티브 자제를 외치지만 뒤로는 온갖 음해성 공세에 열중한다. 정권만 갈아엎으면 모든 게 잘될 것처럼 허언을 내뱉고, 정권이 넘어가면 아수라판이 될 것이라고 겁을 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선거판이 혼탁하지만 네거티브가 정말 주요 변수인지 회의적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후보의 생태탕집 의혹으로 떠들썩했지만 실제 파급력은 미미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후보들 중 유권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이가 없고 네거티브만 넘쳐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네거티브는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 네거티브 홍수 속에서 민생을 파고드는 정책, 새로운 국정운영 스타일, 합리적 리더십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네거티브에 지친 국민들은 제대로 일할 사람, 나라의 난맥상을 바로잡을 사람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자신이 잘해야 이기는 선거”라는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의 말은 정확하다.


제대로 일하는 리더십은 정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국정운영의 새로운 틀을 제시할 수 있느냐 여부도 그에 못지않은 척도다. 개헌 등을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우선은 책임총리제를 할지 말지로 압축하면 된다. 책임총리제는 국회에서 정당들이 총리를 선출하고, 그 총리로 하여금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조항을 명실상부하게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책임총리제가 관건이 되는 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국정 운영의 난맥상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언제나 허무했던 게 지난 35년,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현실이다. 김성식 전 의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집권해서 반대세력을 싹 밀어붙이면 다 해낼 수 있다는 망상, 우리만이 옳다는 근거 없는 우월감을 버려야 실패하지 않는 정권이 되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책임총리제를 대선 전 공통 공약으로 내놓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네거티브에 신물 난 국민에게 합리적 리더십의 단초라도 제시해야 한다. 책임총리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40% 정권’이 독선독주하며 나라를 궤도이탈로 몰고 갈 위험성을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170석을 갖고도 무엇 하나 뜻대로 못 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해도 혼자 할 수는 없다. 꼭 야당에 책임총리를 넘겨주란 말이 아니다. 야당 동의를 얻어 책임총리를 선출하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정책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총리제 도입은 문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촛불연합’ 복원의 의미도 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집권하면 험난한 현실과 마주할 것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통합정부론’에 대해 윤 후보가 “지금 민주당으로 되겠냐”는 식이라면 앞선 정부들의 도돌이표일 가능성이 많다. 170석 야당을 마주할 윤 후보에게 책임총리제라는 국정의 안전판이 절실하다. 지금의 여당과 책임총리를 협의하거나 지명권을 주되 몇몇 주요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는 식이다.


혼탁한 선거판에서 이런 접근은 한가한 공자님 말씀으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를 보지 못하는 하수다. 국민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민생을 제대로 돌볼 사람, 나라를 제대로 건사할 사람, 40%가 아니라 나머지 60%의 국민도 껴안을 사람을 목 놓아 찾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제대로 일할 사람을 뽑는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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