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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진세근 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천명(天命)은 사람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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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62회 작성일 2021-12-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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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서경대학교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중국 문학에는 시와 노래가 함께하는 장르가 있다. 종류는 두 가지다. 단가행(短歌行) 그리고 장가행(長歌行)이다. 장가행은 격정적이고 단가행은 음유적이다.

현존하는 단가행은 스물네 수(首)다. 어떻게 부르는지는 모른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조조(曹操)의 단가행이다.

조조는 우리에게도 유명인이다. 중국 위인들 가운데 조조만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도 드물 것이다. 교과서에 소개되는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관동별곡이나 사미인곡보다 삼국지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삼국지 애호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자료가 있다. 가장 관심을 끈 항목은 유비와 조조에 대한 선호도였다. 70% 가까운 응답자가 유비를 선택했다. 서진(西晉)의 사학자 진수(陳壽)가 집필한 역사서 『삼국지』보다 유비를 정인(正仁)군자, 조조를 야비한 술책가로 묘사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가 보다 많이 읽힌 때문인지도 모른다.

허나 중국문학 전공자나 역사학자들의 선택은 다르다. 조조의 압도적 우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문학이다. 조조는 인문학으로 통치한 정치가요, 군사전략가요, 시인이었다. 반면 유비는 변변한 시 한 수 남긴 게 없다. 눈물과 한숨만 기억날 뿐이다.

중국의 초중고 교과서에도 조조의 시는 등장한다. 14억 중국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시를 통해 조조를 만난다. 가장 유명한 구절은 말년 정치인의 기개를 읊은 『거북이는 비록 오래 살지만(龜雖壽)』이다.

‘늙은 천리마는 마구간에 누웠어도 뜻은 천리를 달리고, 장수는 말년에 들었어도 그 기개는 그칠 줄을 모르네 (老 ,志在千里 烈士暮年, 心不已)’

은퇴를 앞둔 중국인들이 술자리에서 가장 흔히 읊는 구절이다.

조조의 단가행에는 인재를 위한 절절한 마음이 가득하다. 마치 한 편의 사랑 시(詩) 같다.

‘푸른 옷 입은 청년 장수여, 나는 밤낮으로 그대를 사모하네. (중략) 산은 흙과 돌을 가리지 않아 산이 됐고 바다는 시냇물도 마다하지 않아 바다가 됐네’

인재에 대한 조조의 갈망은 주공(周公)을 얘기하는 대목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주공이 먹던 밥을 뱉어내고 인재를 맞았더니, 천하가 그에게로 돌아갔네(周公吐哺, 天下歸心)’

대선 후보가 인재 영입에 힘쓰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마음이다. 주공이나 조조의 사모함이 있는지 묻고 싶다.

우선 어떤 분인지, 신중하게 따져보는 데 소홀하다. 오직 스펙만 본다. 선거용으로 쓰고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형편이니 애정이나 존중이 있을 리 없다. 영입 후 문제가 불거지면 쉽게 발뺌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조동연 서경대 교수다. 그가 그렇게 내쳐질 일인가? 그분의 사생활이 정치에 그처럼 중요한가? 그렇다면 차라리 ‘현인(賢人) 정치’를 선언하라.

정치는 흠결 없는 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반인륜적 중대범죄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개인적 선택이나 특수한 사정을 이유로 뭇매를 맞고, 쫓기듯 사퇴해야 하는가.

흠결 없는 사람은 없다. 큰 줄기에서 동의했다면 곁가지 문제가 나와도 영입 인재를 보호해야 옳다. 늙은 장수가 출전을 청했을 때 “전쟁에서 지더라도 장군을 보낼 순 없다”며 조조는 만류한다. 그러나 장수는 기쁘게 출전한다. 이를 ‘연출(演出)’로만 볼 것인가?

천명(天命)은 사람을 통해 온다. 인재 경영에 실패하는 자, 천명을 잃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9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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