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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항공모함 소동이 마지막 국방 포퓰리즘이길

작성일 21-11-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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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도 없는 경항모 도입
6조원 초대형 삽질할 뻔
포퓰리즘의 국방 오염 사례
그나마 국회가 제동
필수적 F-35A 도입까지
국내 정쟁거리 만들어
국방의 정치화만은 막아야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에서 이른바 ‘경항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일본이 한다고 하자 문재인 정부가 ‘우리도’라면서 본격화한 경항모 도입 사업은 작년에 사업 착수 예산이 101억원에서 1억원으로 거의 전부 삭감됐고 올해도 72억원에서 5억원으로 깎였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의원들조차 “여건이 안 됐다”고 했다. 다음 정부가 누가 되든 경항모 도입은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6조원이 낭비될 뻔했던 초대형 삽질이 이 정도에서 끝난다면 다행이다. 국회가 그래도 할 일을 하고 있다. 


3만t급 경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하는 해군이 창설 기념주간을 맞아 항모전투단의 항진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영상을 8일 공개했다. 사진은 해군 경항모 CG 영상 장면. /해군 제공. 

이 소동을 보면서 우리 정치에 만연하는 포퓰리즘이 국방 분야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는 걱정을 한다. 국방 포퓰리즘이 위험한 것은 사안이 복잡하고 전문적이어서 국민이 잘 알 수 없고 돈을 쓰는 군인들이 포퓰리즘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나라 지키는 것보다 예산 따내는 데 더 치열한 경우가 많다. 몇 조 원짜리 큰 사업을 만들면 그와 관련된 이익공동체가 돌아간다. 이런 군의 실태와 정치권의 이른바 ‘국뽕’(비이성적 수준의 국가 자긍심) 포퓰리즘이 합쳐지면 제어할 곳이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항공모함이 필요 없는 나라다. 국뽕에 취해 과시하기 위해 필요할지는 몰라도 군 작전상 필수 사항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육상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도달해 작전하지 못하는 우리 바다는 한 곳도 없다. 공중급유기 도입으로 전투기 작전 반경은 더 넓어졌다. 해외 영토도 없다. 돈도 너무 든다. 항모는 별도의 전단을 구성해야 한다. 경항모 탑재용 F-35B 전투기는 가성비가 최악이다. 경항모 한 척 비용이면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6척이나 F-35A 전투기 60기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어느 쪽이 국방을 더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일본은 긴 섬나라 특성상 바다가 우리의 8배가 넘는다. 해군은 일본이 크지만 육군은 우리가 훨씬 크다. 탱크는 3배 이상, 자주포는 10배 이상이다. 나라마다 처한 현실과 조건이 다른데 일본이 한다고 우리도 하자는 것은 국뽕 포퓰리즘일 뿐이다.

국방 포퓰리즘은 국방의 정치화와 동전의 양면이다. 문 정권 국방의 정치화는 2015년 공군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 싹이 보였다. 당시 문재인 의원은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에게 “사드는 효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정 총장은 “현재까지는 세부적인 검토가 안 이뤄졌다”고 답했다. 문 의원은 정 총장이 자신에게 동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유승민 의원이 어이없다는 듯 정 총장에게 “검증되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 믿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정 총장이 “제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씀 드린 것이지...”라고 하는 순간 말이 끊기고 말았다. 정 총장은 ‘나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지 성능 얘기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하려 했던 것 같다. 그가 바보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때 ‘검토’라는 것은 사드 국내 배치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뜻하는 것이다.

사드는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미 본토와 세계 기지에 배치하고 있는 미사일 요격 체계다. 무기 체계는 성능이 요구 조건대로 입증되지 않으면 절대 실전 배치될 수 없다. 사드가 효용이 검증되지 않았으면 중국이 무엇 하러 반발하겠나. 문외한이 ‘효용이 검증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묻는 것은 ‘전자파 괴담’처럼 국내 정치용이다. 북핵 미사일 방어는 기본적으로 군사 문제인데 이를 국내 정쟁 소재로 삼은 사드 문답은 엉뚱하게도 한국 국방장관을 탄생시켰다. 문 의원은 대통령이 되자 국회에서 자신의 구미를 맞춘 듯했던 정 총장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정 장관은 보답하듯 군인 본분을 버리고 대통령 구미에만 맞추는 국방을 했다. 국방일보는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했다.

국방의 정치화는 F-35A 전투기 도입을 놓고도 벌어졌다. 우리 공군의 F-15K는 4세대 전투기다. F-35A는 스텔스기로 5세대다. 4세대는 5세대의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 F-35A는 돈을 준다고 살 수 있는 기체도 아니다. 미국은 동맹국 아니면 팔지 않는다. 그런 F-35A를 한국에 제공하겠다는데 우리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F-35A가 마치 비리에 의해 도입되는 것처럼 주장했다. 세계 공군 전력의 추세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전(前) 정권 결정이라고 ‘비리’와 같은 국내 정쟁적 눈으로 이 중대한 문제를 본 것이다. 지금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스텔스 전투기로 무장한 상황에서 우리가 F-35A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겠나.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일반 국민이 TV로 다 본 사드 반입을 몰랐다면서 큰 소동을 일으켰고 애꿎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계엄령 문건 소동은 코미디로 끝났다. 군 복무 기간의 대책 없는 단축도 국방의 정치화다. 국방만은 정치와 멀리 떨어져야 한다. 정치 없는 곳에는 포퓰리즘도 없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11/25/GNG35NBIO5BDPONDU77B6E2YZ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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