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치킨과 순대 > 임원진 칼럼

본문 바로가기
회원가입    로그인    회원사 가입      

임원진 칼럼

[회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치킨과 순대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560회 작성일 2021-11-08 11:56

본문

1098298_525275_2735.jpg 


꿩은 고대 국가에서 희생 제물로 바쳤다. 청주 봉산과 경산 임당 등 고대 유적지에서 꿩뼈가 나오고 있다. 백제와 신라에서 성행한 매사냥에서도 주로 꿩을 겨눴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왕 식단에 꿩이 올랐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생겨난 건 나중 일이고 고대에는 닭 지위도 만만치 않았다. 신라를 건국한 혁거세와 알영 신화에 신성한 닭이 등장한다. 새벽의 닭울음은 빛이자 생명을 상징해 태양조의 화신으로 여겼다.

하지만 꿩은 사육이 어려웠고 닭은 쉽게 기를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집집마다 닭을 기를 정도로 흔하고 요리법도 다양했다. 닭은 한 해 평균 6억마리가 사육되고 1인 연간 12마리에 20㎏ 이상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요즘 몇몇 대형기업에서 독점하는 유통체제이다 보니 음식에 따라 닭고기 품종을 고를 수 없다. 유럽 등과 달리 국내는 ‘토종닭’이라는 통칭 이외에 선택권이 없다. 날개와 다리살 요리, 숯불구이와 백숙은 연한 육질을 가진 육계보다 씹는 맛과 풍미가 강한 품종의 식재료가 더 적합하다.

배달음식으로 인기있는 치킨을 비롯한 대다수 ‘닭고기’는 육계이다. 육계는 빨리 크고 살집이 많도록 생산성에 초점을 두고 개량돼왔다. 사육일수와 사료비를 계산해 가장 효율적인 가격일 때 출하된다. 빨리 키우다보니 몸집에 비해 심장이 작고, 근골격계와 피부염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시대와 사회속의 음식문화를 조명해온 황교익씨는 몇년 전 ‘잘 키운 닭, 제대로 키운 닭, 적절한 맛이 나는 닭으로 튀겨야한다’며 치킨업계 닭 크기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며칠 전 SNS에서 또다시 치킨의 작은 사이즈를 언급했다. 요즘 ‘1인 1닭’이 된 것은 다양한 소스 개발 덕이긴 하나 크기가 작은 것도 사실이다. 유년시절 재래시장에서 엄마가 사온 통닭은 어린 네 남매가 먹을만한 크기였다.

요즘 순댓국밥집과 분식집에 까지 타격을 입힌 순대 파동을 계기로 황씨의 저서 ‘미각의 제국’을 살펴보니 ‘순대는 돼지의 피맛’이라고 한다. 돌이켜보니 순대를 피맛이 아니라 당면맛으로 먹어온 지 오래됐다. 여전히 동네에 돼지 피맛을 볼 수 있는 순댓집 로컬푸드가 있으니 안심이다.

원문보기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9829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30건 34 페이지
임원진 칼럼 목록
제목
335
334
333
332
331
330
329
328
327
326
325
324
323
322
321
게시물 검색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311호   전화: 02-723-7443   팩스: 02-739-1985
Copyright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회원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