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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정씨 對 정씨 대선, 그래도 ‘케세라세라’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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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67회 작성일 2021-10-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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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 시중의 걱정들 ‘그 사람 당선되면 어떡하나’ ‘한국에 이렇게 사람이 없나’
난감하고 어이없지만 5년이 미래 좌우할 수도… ‘될 대로 돼라’ 대선은 안 된다
 


어느 자리에서 내년 대선에서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얘기 끝에 한 분이 “어쨌든 정씨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여야 후보가 다 정씨이니 정씨가 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지금 여야 후보들이 어떤 사람이냐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졌고 유권자들은 ‘정권 유지파’ 대 ‘정권 교체파’로 나뉘어서 묻지 마 투표를 할 것이기 때문에 ‘정씨’가 된다는 것이었다. 대장동 사건 의혹의 중심에 선 여당 후보가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했다. 묻지 마 투표라는 것이다. 다들 그분 얘기에 동감하면서 ‘대한민국에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개탄했다. 믿고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후보는 의미가 없어지고 정권 유지냐, 정권 교체냐는 편 가르기 투표만 남는 현실에 대한 걱정이었다. 


시중에서 선거에 대해 들리는 얘기 상당수가 ‘그 사람이 대통령 되면 어떡하느냐’다. 여야 지지자 가릴 것 없이 그런 말을 한다. 여기에는 그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에 무슨 변고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정책 문제도 심각하지만 후보들의 인성과 품격이 위험 수준에 있다. 대통령은 전문 지식에 앞서 정상적이고 안정된 인격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의 안녕은 물론 생사까지 가를 수 있는 국정의 최종 판단은 절대 감정적, 즉흥적, 공격적, 편파적으로 내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후보도 흠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가 막장이라지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번 대선처럼 심각하게 제기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주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없던 현상이다. 그를 싫어하는 국민이 좋아하는 국민의 두 배가 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데 그의 인성에 물음표가 있다면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나라에는 필요하지만 대중이 싫어하는 노동 개혁, 공공 개혁, 연금 개혁 등은 물 건너가고 포퓰리즘이 계속 기승을 부릴 수 있다. 대중의 환심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전에 없이 거칠고 폭력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막강한 권력은 본성을 발현시킨다. 이 두 현상은 그러지 않아도 갈라진 나라를 완전히 쪼개놓을지 모른다. 이 예상이 전부 틀리기를 바라지만 왠지 그렇지 않을 듯하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컸던 대선이 2016년 미국에서 있었다. 트럼프와 힐러리 모두 비호감도가 크게 높았다. 비호감도가 60% 정도였던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자 왜 그리 큰 비호감을 받게 됐는지 스스로 입증하는 국정을 4년 내내 했다. 그 국정은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 의회에 친트럼프 폭도가 난입하고 사람이 죽으면서 끝났다. 지금 미국은 사실상 두 나라처럼 갈라져 있다.

이번 대선을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정치인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상을 재확인한다. 여야 모두에 그런 정치인들이 있지만 대부분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느 분은 이 현상에 대해 “대중의 정치인 지지는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 연애할 사람을 고르는 여성의 심리와 같은 면이 있다”고 했다. 결혼할 사람은 반듯하고, 믿을 수 있고, 능력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연애할 상대로는 낙제인 경우가 있다.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애 상대를 고르듯이 대통령을 선택하고서 그와 5년 결혼 생활을 해야 한다. 연애 감정은 몇 달이고 그다음은 현실이다. 중간에 이혼할 수도 없다. 그래도 과거엔 찍을 만한 후보가 있었다. 이번엔 후보 대부분이 극혐에 가까운 비호감마저 받고 있다.

‘정씨 대 정씨’ 대선을 얘기했던 분은 자신에게 이번 선거는 ‘케세라세라(될 대로 돼라)’ 대선이라고 했다. 그분도 말은 이렇게 체념하듯 했지만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유권자 입장에서 내년 3월의 선택은 참으로 난감하다. 특히 묻지 마 투표를 하지 않는 중도층 유권자들로선 투표장에 가고 싶지도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쪽 정씨든, 저쪽 정씨든 당선되는 순간 본래 성씨로 돌아온다. 그때 나라가 어떻게 되고 5년 뒤엔 또 어떻게 돼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세계 정치, 경제가 근본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앞으로 5년은 우리 미래 세대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10/28/TYMSMHD77NDI7MIY56VNFFAXM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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