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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버럭’ 이재명이 유동규의 ‘배은망덕’에 왜 잠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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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32회 작성일 2021-10-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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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장, 경기지사 10년간
요직 앉히며 신뢰 쏟았는데
투기 세력 결탁, 대박 챙기며
恩人의 대선 가도에 재 뿌려
성질 못 다스리는 李 지사가
유씨에게 화 안 내는 까닭 궁금 


유동규씨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인지 아닌지는 두 사람이 판단할 문제다. 제3자가 가타부타 할 일이 아니다. 다만 이 지사가 유씨를 유난히 아끼고 챙겨왔다는 건 복수의 ‘팩트’로 확인된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된 2010년 지방선거 직후 유씨는 성남 시설관리공단(성남 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에 임명된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리모델링 조합장 출신인 유씨가 공직 경험이 전혀 없다며 자격을 문제 삼았지만 이재명 시장이 밀어붙였다. 이 시장이 2014년 재선에 도전할 때 유씨는 선거 캠프에 갔다가 기획본부장 자리로 돌아왔다. 그사이 기획본부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기획본부장 감투가 유동규 개인 몫이냐”는 말이 나왔다.

이재명 성남시장 1기 때부터 유동규씨 위세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이 지사의 형 이재선씨는 2012년 6월 이 지사 아내 김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어 “동생 주변엔 어떻게 유동규 같은 사람밖에 없느냐”고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 통화에서 이재선씨는 “(동생이 보낸) 문자를 보니 유동규 많이 사랑합디다”라는 말도 했다. 이재선씨는 제수보다 먼저 동생에게 유동규씨 ‘험담’을 늘어 놓았는데, 이재명 시장은 형에게 유동규씨를 감싸고 편드는 답글을 보내왔다는 뜻이다.

훗날 이 지사는 형과의 불화 원인에 대해 “성남시의 인사 문제까지 개입하려 들었다”고 설명했다. 녹취록을 보면 인사 문제의 당사자가 유동규씨였던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가 최순실씨를 누나에게서 떼어놓으려다 남매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사연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유동규씨는 차관급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영전한다. 이 지사가 중앙대 선배이자 떡볶이 먹방을 함께 찍었던 황교익씨를 앉히려 했던 바로 그 자리다. 이 지사가 유씨에게 임명장을 줄 때 주변 사람들을 물리며 “동규야, 이리 와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19년 1월, 이 지사는 트위터에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국내 초 파격 출산책 화제’라는 기사를 올렸다. 그러면서 “산하 기관들도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는 촌평을 달았다. 유 사장이 일 잘한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같은 해 10월엔 “3년 만에 금한령 방패 뚫은 이재명·유동규의 투트랙 비법”이라는 기사도 트위터에 공유했다. 이재명, 유동규 이름이 나란히 제목에 등장하면서 파트너십 관계처럼 비친다. 기사에는 “유 사장은 이 지사의 복심이자 측근”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이 지사가 이 기사를 트위터에 소개한 것은 내용에 공감하고 만족한다는 뜻이다.

이 지사가 이렇게 알뜰하게 챙겨온 유동규씨가 이 지사를 궁지에 빠뜨렸다. 화천대유가 대박을 터뜨린 것은 유동규씨가 기획본부장 시절 수익 배분 구조를 그렇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지분이 (50%+1주)인 성남 도시개발공사는 1822억만 먼저 확보한 뒤 나머지 수익은 7%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에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공사에서 대장동 사업을 담당했던 개발 2처장은 화천대유에 “과도한 수익이 돌아갈 수 있다”며 안전장치를 만들자고 건의했다. 유 본부장은 담당을 2처에서 1처로 옮기면서 화천대유 횡재 구조를 유지시켰다. 유 본부장은 그 대가로 70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녹취록이 있는가 하면, 구속영장에는 이미 5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대목도 나온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던 이재명 지사의 대표 상품이 ‘단군 이래 최대 한탕 투기’로 곤두박질쳤다. 이 지사는 투기 세력을 때려잡지 못하는 공무원 탓을 해 왔는데, 이 지사의 부하 직원은 아예 투기 세력과 한탕 대박을 공모했다. 이 지사가 자신의 발 밑에서 벌어진 일을 까맣게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이재명이 일 잘한다”는 신화도 허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모두 유동규씨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심사가 뒤틀리면 불같이 화를 낸다. 형수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하고, 기자들이 껄끄러운 질문을 한다고 귀에 끼었던 수신기를 빼고 인터뷰를 중단하기도 했다. 유동규씨는 이 지사의 신뢰를 투기 세력과의 야합(野合)에 이용했다. 평소의 이재명 지사라면 유씨의 ‘배은망덕’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갖은 폭언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잠잠하다. 자신에게 “관리 책임이 있다”는 절제된 표현을 쓰며 유씨에 대해선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한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이재명 지사가 유동규씨의 심사를 살펴야 할,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10/07/F627JZBNOJBG3B7SJQREBRGT7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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