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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백기철 한겨레 편집인] 불판을 갈아엎는 정치와 후보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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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4회 작성일 2021-09-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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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집권이 이뤄졌던 2002년·2012년 대선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국민들 보기에 정권교체에 준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대대적인 인물·세력·정책의 교체가 그 열쇠였다.

백기철ㅣ편집인

내년 3월 치르는 20대 대선은 김대중-노무현으로 정권이 이어진 2002년 대선과 비교된다. 디제이가 첫 정권교체를 한 뒤 민주당의 재집권이 판가름 난 선거였다. 2012년 대선 역시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졌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2002년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두번째 정권 재창출을 하느냐 여부다.

연속 집권이 이뤄졌던 2002년·2012년 대선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국민들 보기에 정권교체에 준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 대대적인 인물·세력·정책의 교체가 그 열쇠였다.

노무현은 지역주의와 기득권 타파를 내세워 수도 이전, 검찰개혁 등 차별적 정책을 내놓았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기성세력을 시민의 힘으로 눌렀다. 박근혜 역시 이명박계와는 애초부터 계파가 달랐고, 비록 헛공약이었지만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

2002년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2002년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정권교체는 물론 정권 재창출 때도 큰 폭의 변화가 있었는데, 외국인들은 이런 역동성을 선진국 부상의 이유로 보는 것 같다. 일본은 이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한국은 두번의 정권교체로 민주당이 15년을 집권했다. 일본은 두번의 불완전한 정권교체였고, 다 합쳐 4년 남짓에 불과했다.

두 나라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다. 둘은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신사를 드나들기 전까지는 괜찮게 지냈다. 노무현은 철저히 비주류 대통령이었고, 고이즈미 역시 다나카파에 맞서 대중적 인기로 총리가 됐다.

하지만 둘의 내용은 사뭇 달랐다. 노무현은 고 노회찬 식으로 말하면 한국 정치의 불판을 갈아엎은 정치인이다. 고이즈미는 겉으론 개혁을 내세웠지만 실제는 이른바 ‘건설족’ 등 파벌·관료 정치를 유지하고 강화했다. 미국에 철저히 복속했고, 야스쿠니를 정기적으로 찾았다. 그의 ‘양의 탈을 쓴 늑대 식 정치’는 아베 신조에게 이어졌다.

최근 출간된 <일본의 굴레>에서 미국인 저자는 책임과 권한이 모호한 정치, 미국에 업힌 채 이른바 ‘일본다움’을 떠받드는 보수 패권 정치를 30년 일본 정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2014년에 쓴 책에서 “일본인들이 바다 건너 서쪽의 나라로 두려움과 경탄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바로 가난한 친척처럼 여기며 멸시해왔던 나라, 한국이다”라고 적었다.

한국의 정치·경제 기관들이 명확한 권력 구조와 책임 소재로 과감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일본 정치와 기업에 만연한 집단사고보다 앞서간다는 것이다. 권력의 집중, 잦은 단절과 격변을 오히려 강점으로 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산업화, 민주화를 두 축으로 삼고 뚜벅뚜벅 선진국으로 대장정을 해온 셈이다.

갈아엎는 게 꼭 능사는 아니다. 선진국이라면 성숙한 리더십, 고도화한 역동성이 필요하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매번 확 바뀌어왔지만, 이젠 수명이 다해 가는 제왕적 대통령제 자체를 갈아엎는 고난도 개혁이 요구된다.

어찌 됐든 이번 대선 역시 또 한번 갈아엎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분명한 건 여든 야든 인물 교체, 세력 교체, 정책 교체를 제대로 하는 쪽에 승산이 있다는 점이다.
앞선 두 대선에서 봤듯 정권 재창출은 연속이라기보다 단절의 과정이다. 민주당이 세력과 인물, 정책의 쇄신 없이 재집권을 바라는 건 무리다. 사람들을 끌어모아 ‘병풍’으로 세운다고 해서 세력 교체가 되진 않는다. ‘명낙대전’으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네거티브 공방 역시 비전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도로 친문’, ‘도로 친노’로는 세력 교체, 연속 집권은 무망하다. 노무현은 2002년 대선에서 디제이를 노골적으로 차별화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비전으로 세력 교체를 해냈다. 디제이 역시 탈당 등으로 얼마간 비켜서는 지혜를 보였다. 정권 재창출을 꿈꾼다면 기존 세력 판도를 뛰어넘는 세력 대 세력의 대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반문재인’만 내세워 기존의 인물과 정책으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건 연목구어에 가깝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첫 공약으로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왠지 남의 옷을 입은 것 같다. “우리 군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냐”며 ‘똥별’로 불리는 퇴역 장성들을 옆에 세운 것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대선 후보라면 자신이 정말 잘 알고, 정말 하고 싶은 정책을 우선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런 정책을 실현할 사람을 옆에 세워야 한다. 대표 정책이 뭔지, 삶이 녹아든 ‘인생 정책’이 뭔지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여야의 누구든 시대적 비전과 정책·세력 교체의 단초를 보여주지 못하면 후보조차 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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