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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변이·팬데믹과의 동거, 일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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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05회 작성일 2021-08-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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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전만 해도 설마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끊임없이 더불어 살아야 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며, 다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미래학자의 진단을. 지난해 7월 7일 ‘불확실성의 시대, 부산의 미래는?’을 주제로 벡스코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컨퍼런스 부산 2020’의 기조연설에 나선 미래학자 아지즈 바카스의 주장을 당시에는 귓등으로 흘렸지만 지금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예사롭지가 않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 폐렴’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 1년 7개월여 만에 세계 인구(77억 5000만 명)의 2.5%인 2억 명 이상이 확진자로 집계됐다. 첫 환자가 나온 지 1년 1개월 만인 올 1월 26일 1억 명을 넘겼고, 6개월여 만에 다시 1억 명이 늘어 증가 속도가 배 이상 빨라졌다. ‘변이의 변이’를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Pandemic)을 주도하고 있는 인도발 ‘델타 변이’에 이어 최근 ‘델타 플러스 변이’ 확진자가 국내에서 확인됐고, 페루발 ‘람다’ 변이 바이러스도 인류의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변이는 백신 저항력이 강해 ‘돌파감염’ 확진자를 양산하는 추세다.


세계 인구 2.5% 코로나 확진

‘변이의 변이’ 새 바이러스 속출

감염병 노출·봉쇄된 삶 불가피

 

개인, 방역수칙 지키며 견뎌야

지역, 자치분권의 중심 자리매김

한국 정치, 근본적 변화에 직면


이란 수도 테헤란의 타즈리시 바자 시장에서 3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란은 이날 정오 기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3만 9019명으로 사상 최다치를 경신했다. AFP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타즈리시 바자 시장에서 3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란은 이날 정오 기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3만 9019명으로 사상 최다치를 경신했다. AFP연합뉴스

미래학자는 부산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를 찾게 되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며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뿐만 아니라 봉쇄되어 살아가는 삶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봉쇄에서 다음의 봉쇄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그는 그 자유의 기간이 몇 달, 몇 년 혹은 20~30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불행하게도 미래학자의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바이러스를 퇴치할 특효약을 현재로서는 기약하기 어렵다. 날뛰는 바이러스에 엉금엉금 기는 백신이다. 제약회사의 음모론 등 백신 자체에 대한 불신도 일사불란한 감염병 대처를 훼방한다. ‘바이러스와 끊임없이 더불어 살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세상이 바뀌었고, 일상은 달라졌다. 감염병을 바라보는 개인, 지역, 국가, 세계의 세계관을 다시 정립할 때다.


개인은 이제 세상에 모든 걸 해결할 ‘한 방’은 없다는 데 생각이 닿아야 한다. 괴질의 시대를 끝장낼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병으로 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라는 불가의 가르침을 새기며 다만 사바(娑婆)의 세계를 견뎌 나갈 뿐이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바이러스와 더불어 살기’다.


지역은 ‘지금 여기’라는 공동체 삶의 온전한 주인공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국내 확진자의 70%가 나오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K-방역이 찬사를 받은 데는 방역의 중심이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지역별 상황이 다른 만큼 지역 맞춤형 방역이 요구된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코로나가 가져온 망외의 소득이다.


국가는 지역별 방역망을 조정하면서 무엇보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에 공을 들여야 한다. 1차 접종 39%, 2차 접종 14%에 그치고 있는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여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2차 접종을 끝낸 선진국들이 부스터 샷(추가 접종)에 나서고 있는 상황 아닌가. 재난지원금·소상공인 지원 등 국민의 살림살이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요망된다.


세계는 무엇보다 부국·빈국 간 ‘백신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적어도 9월 말까지는 부스터 샷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부 부자 나라에서 3차 접종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탐욕이라는 이유에서다. WHO는 또한 델타 변이로 백신과 의료용 산소, 장비 지원 등에 115억 달러(약 13조 2000억 원)의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최근 역설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백신 외교’에 세계가 관심을 기울일 때다.


변이 바이러스는 개인, 지역, 국가, 세계를 막론하고 일상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감염병이 끼치는 영향은 깊고도 넓다.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삶’ ‘봉쇄되어 살아가는 삶’은 더는 피하지 못할 현실이 되었다. 팬데믹 시대는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뿐만 아니라 달라진 체제를 요구한다. 기존의 ‘정치 문법’은 바뀐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 정치는 팬데믹 시대를 맞아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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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8051823590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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