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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文정권의 반칙과 특권이 ‘젊은 매력 보수’ 불러냈다

작성일 21-07-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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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연줄 있어야 진학ㆍ취직
고달픈 2030 세대 분노 불러
끼리끼리 나눠 먹는 정권 대신
이준석 외치는 능력에 끌려
활력 잃고 늙어가던 보수에
文이 새 숨결 불어 넣은 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경선을 일주일 앞두고 “(자신을) 영입해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맙지만, 탄핵은 정당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심을 좌우하는 대구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최대 고빗길에서 역풍을 각오한 도박이었다. 정면 승부를 걸었고 돌파했다. 이로써 야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게 됐다고 이 대표는 자평한다.

작년 4월 총선 직후 ‘개표 조작설’이 제기됐을 때 야당 사람들은 ‘소극적 방관’ 자세였다. 적극 반박에 나선 사람은 한두 명이었다.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이준석이 그중에서도 선봉이었다. 조작설을 철석같이 믿었던 야당 적극 지지층은 그를 맹비난했다. 그래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조작설은 ‘보수가 저런 집단이구나’라고 실망만 안긴다. 집권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 공화당은 트럼프의 대선 부정 시비에 어정쩡하게 동조하면서 정치적 늪 속에 빠져들었다. 대한민국 보수가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게 된 데는 이준석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

이 대표는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지 않겠다”고 했고, 광주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은 가장 상징적이고 처절했던 시민들의 저항”이라고 했으며, 백범 기념관에서 “보수가 백범 김구의 업적을 기리는 데 소홀함이 있었다면 잘못”이라고 했다. 하나같이 보수 정치인이 찾아가기 쭈뼛대던 곳이고, 꺼내기 힘든 말이었다.

이 대표의 파격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보수가 스스로를 가두고 속박했던 굴레를 벗어던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진보를 흉내내며 표를 구걸하는 ‘얼치기 보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준석 현상이 야당에 진짜 희망이 되려면 보수의 핵심 가치에 대해서도 통찰력과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가 깃발로 내건 ‘공정한 경쟁’의 성패가 그 가늠자가 될 것이다.

야당의 대변인 네 명을 뽑는 토론 배틀에 564명이 지원했다. 경쟁률 141대 1이다. 유튜브 중계 조회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다. 정당 이벤트로는 이례적인 흥행 몰이다. 2030 세대 참가자들은 “계급장 떼고 실력과 능력만 보고 자리 주겠다는 말에 끌렸다”고 했다.

경쟁은 정치 비즈니스에서 안 팔리는 품목이다. “강자 대변하는 거냐”라는 ‘배 아픈’ 정서에 걸려들면 몰매 맞기 일쑤다. 메신저들이 197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낡고 고루한 이미지가 메시지 전달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나라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제발 ‘젊고 매력 있는 보수’가 나타나 주기를 고대해 왔다. ‘이준석 현상’에서 그 씨앗이 싹트고 있다.

경쟁이 짓눌린 사회에선 혁신도 숨 쉬지 못한다. 나라는 활력을 잃고 뒷걸음친다. 쪼그라드는 국가의 한정된 자원은 권력자들의 친소 관계에 따라 배분된다. 경쟁이 쫓겨난 자리를 반칙과 특권이 채우게 되는 것이다. ‘평등, 공정, 정의’의 가면을 쓴 정권 아래서 지난 4년간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 아들은 예술인에 대한 국가 지원금을 2년 연속 1400만원, 6900만원 최고액을 받았다. 대통령 고등학교 동기가 이사로 있는 문화재단에서도 3000만원을 챙겼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세계적 예술인”이라는 낯 뜨거운 헌사까지 바쳤다. 문 정권을 상징하는 인사의 딸은 ‘반칙과 특권’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아빠 찬스와 엄마 위조로 황금 스펙을 장착한 덕분에 거듭 낙제를 하고도 장학금을 받으며 의전원을 졸업했고, 공기업 산하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 인턴 자리까지 꿰찼다. 25세 대학생은 고시에 패스해도 25년 걸려야 한두 명 도달할 수 있는 공무원 1급, 그것도 권력의 정점 청와대 비서관이 되는 벼락 출세를 했다. 집권당 지명직 최고위원을 한 경력이 유일한 디딤돌이었다. 분노한 2030들은 경쟁이 아무리 고달프고 피곤해도 반칙과 특권보다는 낫겠다는 심정이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능력과 경쟁이라는 시장 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할 때”라고 했다. 아들보다 두 살이나 어린 야당 대표가 외치는 구호가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은 정치인 노무현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그의 취임사에도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사회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라는 구절이 담겨 있다. 노무현 시즌2라는 문재인 정권에서 ‘반칙과 특권’이 창궐하고, 그래서 노무현이 그토록 적대시했던 보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된 이중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7/01/YWKWLAPAEZFQVFJRLVHMVFVD6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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