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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기장이 부산시의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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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98회 작성일 2021-06-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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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일광면 하리마을 입구에 장안산단 지원 단지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에서 동해안으로 가는 동해선 기차와 함께 달리는 산줄기 가운데 명산으로 첫손에 꼽히는 게 기장 달음산~울주 대운산 구간이다. 푸른 바다를 닮아 산자수명한 데다 부산·울산광역시의 경계마저 훌훌 벗어던져 탈속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요즘 그 산 아래 속세의 동네가 심상치 않다. 기장군 곳곳이 약속이라도 한 듯 민원으로 들끓고 있다. 올해 부활 30주년을 맞았다는 지방자치제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좌천역에서 내려 달음산으로 가는 초입의 기장군 일광면 하리마을에는 ‘장안산단 택지 사업 하리마을 웬 말이야!’ 등의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장안산업단지가 있는 장안읍에 들어서기로 한 근로자 지원 단지가 ‘기장 레우스시티’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일광면인 이곳에 들어선다는 게 알려지면서 헐값에 집과 땅을 처분한 채 마을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부산시·낙동강환경청·개발업체

기장군 곳곳에서 주민과 마찰

장안산단 지원 단지 변경 횡포

의료폐기물 소각장 무리하게 증설

산업폐기물 처리장도 기장에 계획

“이러려고 부산 편입했나” 반발 거세


5월 23일 부산 기장군 정관면 윗골공원에서 NC메디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부산일보DB 
 

장안읍에서는 ‘기룡미니복합타운’이라는 이름의 지원 단지가 날아가게 생겨 부산시와 민간 개발업체를 향해 ‘독선 졸속 행정’ ‘사기 행각’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복합타운이 지역발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지역민을 설득해 11개 산업단지를 지어 놓고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의견을 이유로 결국엔 무위로 돌리고, 장안읍이 아닌 일광면으로 지원 단지를 옮기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장군의 한 마을에서는 지원 단지가 들어오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고, 원래 지원 단지가 들어서기로 한 마을에서는 한사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산업단지 지정권자인 부산시와 민간 개발업체는 왜 한사코 이전을 강행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땅값 차이에 따른 개발이익에만 눈멀어 주민과 지역을 위한 배려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환경청의 대기오염 등의 우려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장안읍이 지원 단지조차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면 환경청이 나서 장안읍 주민부터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게 온당하지 않은가.


달음산 아래 또 다른 동네인 정관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 반대 집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고, 증설 반대 서명에 나선 주민도 1만 명을 넘어섰다. 8만 2000여 명이 사는 정관신도시 한복판에 있는 NC메디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나오는 악취와 유해물질로 가뜩이나 고통받고 있는 터에 소각 용량을 5배나 늘리겠다고 하자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2005년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허가한 낙동강환경청이 증설 허가권자다. 도서나 산간벽지 등 인적 드문 곳에 있어야 마땅한 게 의료폐기물 소각장인데 그 규모마저 몇 배로 키운다고 하니 환경청이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요즘 부산에서 잘나간다는 해수동(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부산의 변방 기장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과 울산의 경계이자 변방인 대운산 자락의 기장군 장안읍 명례리에 짓겠다는 산업폐기물 매립장도 메가톤급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의료폐기물 소각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터에 6만 평 규모의 산폐장을 짓겠다는 사업계획서가 나오자 지역민의 분노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러려고 부산시가 기장군을 편입했나”라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여기에다 인접한 울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실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산폐장을 기장에 세워야 한다고 줄곧 압력을 넣어 온 곳은 낙동강환경청이다.


기장 달음산~울주 대운산 아랫마을 곳곳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는 일정한 패턴이 읽힌다. 낙동강환경청이 앞장서서 명분을 만들고, 민간 개발업체가 나서 일을 추진하며, 부산시는 환경청과 개발업체 뒤에 숨어 지역의 민원을 듣는 체하며 눈치를 보는 게 그 패턴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환경청도 개발업체도 부산시의 일을 대신하는 형국이어서 억울하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미워하면서 닮아 간다’라는 말이 있듯 부산시가 기장에서 벌이고 있는 모양새가 지방 알기를 우습게 아는 중앙정부를 꼭 빼닮았다. 광역단체인 부산시가 기초단체인 기장군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에까지 군림하려 든다. 산업폐기물이든 의료폐기물이든 부산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부산 전역과 시민을 대상으로 공론화의 틀을 만들어 결정해야지 외곽의 기장에만 모든 짐을 지우는 것은 행정의 폭거다. 부활 30주년을 맞은 지방자치제가 이제는 ‘지역 안의 자치분권’으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기장의 민원 현장이 웅변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6101844315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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