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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운동권 예우法? 진짜 민주화 유공자는 6·25때 나라 지킨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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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0회 작성일 2021-04-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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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남침 때 나라 못 지켰으면 운동권은커녕 민주의 싹도 없었을 것
민주화는 그 누구의 전유물도 될 수 없다


지난 선거 때 가장 놀란 일은 민주당 의원 73명이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사건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로남불로 여론이 크게 악화된 바로 그 직후에 이 운동권 셀프 특혜법 소식까지 들으니 이들이 마치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운동권 사람들을 유공자로 지정하고 가족에게까지 교육·취업·의료·양육·대부 지원을 하는 내용이다.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사람들이 바로 이 법을 만드는 민주당 의원들과 그 가족이다. 작년 9월에도 여당 의원 20명이 같은 법안을 냈는데 6개월 만에 더 많은 의원이 뭉쳐 재발의했다. 선거만 아니었으면 다른 무리한 법들처럼 또 밀어붙였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운동권은 최강의 권력 엘리트 집단이 된 지 오래다. ‘정치 하나회’ ‘운피아(운동권 마피아)’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운동권 대통령, 총리, 국회의장,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 몇이나 되는지 헤아리기도 힘들다. 운동권 생태계도 조성돼 있다. 운동권 출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5년간 시민 단체들에 준 돈이 7000억원이 넘는다. 공기업 좋은 자리의 태반도 운동권 차지다. 이것도 모자라 ‘예우법’을 만든다니 거의 선민(選民) 의식이다.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이란 말을 많이 한다. 그 ‘산업화 세력’이라 할 한 분은 “그런 이분법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최대, 최고, 절체절명의 민주화 운동은 공산당의 6·25 남침 때 이 나라를 지킨 것”이라고 했다. 김일성과 마오쩌둥의 침략이 성공해 한반도가 공산화됐다면 민주의 싹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6·25 때 나라를 지킨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것이다. 그 대의에 수십만 명이 목숨을 바쳤다. 이분들을 원조 민주화 유공자라고 해야 마땅하다. 이들이 나라의 산업화에도 앞장섰다.

이승만 대통령이 서구 자유민주 체제를 선택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공산주의 전제 체제에 맞서 나라를 지키지 않았다면,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를 강행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자유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 기반에서 민주 교육을 받고 중산층으로 성장한 시민들이 정치적 민주화를 완성했다. 이 시민적 운동을 주도하고 희생한 분들이 ‘운동권’이다. 이들의 희생은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합의였고, 충분히 보상이 됐다. 그런데 모든 것은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1970년대까지 운동권은 대체로 전통적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김일성 주체사상 추종자들이 운동권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이들이 노조까지 접수하면서 운동권 천하 통일을 이뤘다. 지금 국회와 청와대에 진출한 운동권은 대부분 이들이다.

주사파 운동권은 주체사상이라는 극단적 반민주 이념을 추종하면서도 투쟁 수단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이용했다. 주사파 집단이나 마찬가지이던 민노당이 필요하면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자유민주 이념을 주장하고 민주 제도인 재판을 활용한 것이 그 예다.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아직도 주사파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수단일 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가 아니었다. 불행히도 그 과거는 지금까지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운동권은 세계 최악의 반민주 체제인 북한을 감싼다. 민주화 운동권이라면서 노예 상태와 같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철저히 외면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기본을 짓밟으며 북한 요구에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었다. 해방 직후 벌어진 공산당 무장 폭동까지 미화한다. 민주화 운동권이 성범죄 권력자를 미화하고 피해자를 짓밟는다. 홍콩, 티베트, 신장의 인권 문제에도 입을 닫는다.

민주주의 근본인 선거법을 야당 동의도 없이 마음대로 바꿨다. 민주 정당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폭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켜져 온 국회의 합의 관례를 깨고 입법 권력을 싹쓸이했다. 국가 형사 사법 체계, 임대차법 등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조차 마음대로 바꿔버렸다. 심지어 야당에 법안을 보여주지도 않고 통과시키기도 했다. 대통령은 장관급 24명을 국회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했다. 대통령 비판했다고 청년들 집을 압수 수색했다. 민주주의의 적(敵)인 포퓰리즘을 노골화하며 선거까지 세금 살포 매표로 타락시키고 있다. 진정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사람들인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은 ‘주사파 생각을 버렸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가 민주화 운동 할 때 너희는 뭐 했느냐’고 반문한다. 한국 시민 대부분은 민주 요구 시위를 했고, 최루탄을 마셨으며, 선거 때 민주를 표방한 정당에 투표했다. 경제 발전에 매진한 기업인들, 공무원들도 민주화 토대를 만든 혁혁한 유공자다. 민주화 운동은 누구의 전유물도 될 수 없다. 운동권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모두 무시하고 마치 자신들이 이를 홀로 창조한 듯 행동한다. 이 독선과 과욕의 끝도 멀지 않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4/15/SD2NX6X275DOBBRCSU7PDOPZN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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